K-Wave

실적 주춤한 엔터4사···"차세대 아이돌을 위한 기회의 시기"

유환 기자 2024-05-16 05:00:00
1분기 매출, 전 분기 대비해 감소 메가 IP 공백 차세대에겐 기회 앨범깡 문화도 변화하는 분위기
지난 1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YG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팬 콘서트 모습[사진=YG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4사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일제히 내림세를 기록했다. 'BTS'와 '블랙핑크' 등 기존 K-팝을 대표하던 아이돌 그룹의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이 차세대 아이돌을 위한 기회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하이브는 지난 2일 경영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 1분기 매출 3609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매출은 40.7%, 영업이익은 83.9% 감소했다. 하이브의 낙폭이 SM·JYP·YG엔터 3사에 비해 크긴 했지만, 나머지 3사 모두 매출이 200~300억원가량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엔터사의 주 수입원인 공연·콘서트는 주로 하반기에 몰려있어 상대적으로 1분기에 매출이 낮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하이브는 497억원, YG엔터는 703억원 매출이 빠졌다. SM·JYP엔터는 매출을 200억원가량 늘리며 선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와 YG엔터는 그간 BTS와 블랙핑크 등 메가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매출을 내왔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매출 감소의 원인을 분석했다.

하이브의 간판 보이그룹 BTS는 구성원 전원이 군에 입대에 내년 6월부터 전역할 예정이다. YG엔터의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는 재계약 과정에서 팀 단위 활동만 계약에 성공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 경영권 탈취 의혹도 시장 전망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때 10조원을 넘었던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의혹과 논란에 하락세를 타 8조3500억원까지 내려왔다. 엔터 대표주의 하락세에 나머지 3사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소수 메가 IP에 의존하는 불안한 매출 구조에 각종 논란까지 터지자 엔터 업계 전체가 투자자의 외면받는 모양새다.
11일 일본 도쿄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라이즈가 팬 콘서트를 하는 모습[사진=SM엔터테인먼트]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시장 상황이 오히려 차세대 그룹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가 IP가 부재한다면 그만큼 시장에 다른 아이돌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국내외 K-팝 리스너(청취자)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아이돌을 발굴하기에 결국 차세대 아이돌이 공백을 메우고 자리 잡을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데뷔한 차세대 아이돌 그룹들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9월 데뷔한 SM엔터 보이그룹 '라이즈'는 11일 일본 도쿄에서 팬 콘서트를 가졌고 15일부턴 멕시코로 이동해 콘서트를 이어간다. 지난달 정식 데뷔한 YG엔터 베이비몬스터도 11일 일본 도쿄에서 2만6000석 규모 팬 콘서트를 매진시키며 아시아 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한편 K-팝의 양면성으로 지적받던 '앨범깡' 문화도 서서히 변화하는 분위기다. 앨범깡이란 특정 아이돌의 사진을 얻거나 팬 사인회 참석을 위해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행위다. 이때 대량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데 2022년에만 음반 플라스틱 801t이 나왔다. 또 민희진 대표가 지난달 기자회견 자리에서 앨범깡 문화를 언급하며 논란이 증폭시켰다.

그러나 K-팝 앨범 판매량은 2020년에 고점을 기록한 후 감소 추세에 있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앨범 판매량은 2500만장에서 4100만장까지 급증했다. 코로나19 영향에 공연·콘서트가 개최가 힘들어지자 앨범으로 수요가 몰렸단 진단이다. 영향이 옅어진 최근엔 초동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걸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기형적으로 커졌던 앨범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며 "요즘엔 엔터사도 앨범에 집중하기보단 공연 수익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