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해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공급망 동향을 점검했다. 정부는 점검 결과를 밝히며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운행에 지장이 없고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로 시장 우려와 달리 당장 국내에 미칠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이후 국내에선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 이란이 국제 원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4%가량이라 국제 원유 시장에서 영향도 적다.
이란의 핵심 카드로 거론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현실적으로 시도가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앞 바다인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해협이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8%를 차지해 원유 공급망의 대동맥으로 불린다.
해협 봉쇄를 나서기 위해선 전 세계적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해당 해역에 파병된 미국 해군 제5함대와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선 산발적으로 유조선이 나포되거나 공격을 받은 사례는 있지만 봉쇄된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다.
급격하게 오른 국제 유가도 공급망과 수요에 직접적 타격이 없다면 원상 복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로 국제 유가는 미 서부 텍사스유(WTI) 기준 89달러까지 올랐지만 이내 하락세를 탔다. 지난해 12월엔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WTI가 68달러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 유가는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반사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공급망에 직접적 타격이 없고 수요가 받쳐주면 급등했다가 다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만일 최악의 상황이 겹쳐 공급망이 마비된다고 해도 당장 원유 수급에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정부와 업계에서 국내에 비축한 원유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분량은 국내 소모분의 약 8개월 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작정 안심하기도 이르다.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미칠 영향은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확전될 경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공급망 우려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했다. 현행 유류세 인하률은 휘발유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37%다. 이번 인하 조치는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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