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진짜 바닥 닿았나? 석유화학 하반기 반등 조건 쌓여간다

유환 기자 2024-04-04 22:48:25
석화 수출액 전월 대비 2.2%, 반년 전보다 11.3% 늘어 중국 1분기 성장률 4.8%···첨단소재, 스페셜티 수요에 긍정적 감산, 전쟁 마무리되면 국제유가 안정권 접어들 수도
2021년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던 롯데케미칼 제품 모습[사진=롯데케미칼]
[이코노믹데일리]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저점을 다지고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과 유가 안정 등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만 하나둘 모이고 있다는 평가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석화 제품의 수출액은 40억3000만 달러(약5조4324억원)를 기록해 전월(2월) 대비 9000만 달러(약1213억원), 2.2% 늘었다. 지난해 10월 대비로는 6개월 만에 4억1000만 달러(약 5526억원), 11.3%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직전 석화업계 호황기였던 2021년 3월엔 수출액 47억5000만 달러(약 6조 3983억원)를 기록했다. 호황기와 비교할 정도로 좋은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감소 추세에선 벗어났다는 평가다.

석화제품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경기부양책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4.8%로 추산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기 반등이 본격화한다면 첨단소재 분야에서 매출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 석화 경기를 침체시킨 원인으로 중국발(發) 과잉 공급이 지목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이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첨단소재 분야와 특화소재(스페셜티) 분야에선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도 석화업계로선 좋은 수요처다. 올해 초부터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시장조사 기관 어니스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테무의 시장 점유율은 14%에 달했다. 한국에선 이달 테무가 쇼핑 앱 점유율의 22.6%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이다. 만원대 신발이나 반려용품 등이 대표적이다. 소재는 가격 절감을 위해 대부분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온라인 쇼핑이 중국산 저가 제품 위주로 재편된다면 석화업계가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오름세를 탄 국제 유가에도 감산 종료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브라질 등을 합친 OPEC+는 원유 생산량 감산에 합의했다. 올해 1분기까지 예정됐던 감산은 2분기까지 연장됐으며 6월 종료 예정이다. 추가 연장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전쟁 비용 부담이 큰 러시아 입장에서 감산에 추가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뽑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종결될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유엔(UN)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휴전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간 거부권을 행사하던 미국이 기권을 던졌기 때문이다. 전쟁 염증이 깊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휴전을 추진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유가가 안정권에 들어간다면 석화업계의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도 약화한다.

한편 지난 3일 강경성 산업부 1차관 주재로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 방안 논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선 정부·기업·학계가 모여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안이 나왔다. 정부의 지원 아래 석화업계가 위기 극복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