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차·기아 내수 점유율 90% 굳히기…'신차'에 장사 없다

성상영 기자 2024-03-05 09:56:18
완성차 5사, 2월 9만9254대 판매 현대차·기아 점유율 91.9→92.4% '신차 가뭄'에 3사 합쳐도 한 자릿수
지난해 11월 출시된 기아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사진=기아]
[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달리고 있다. 수입차를 제외한 수치로, 이른바 완성차 5사 가운데 중견 3사로 분류되는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GM한국사업장 점유율을 다 합쳐도 10%가 채 안 되는 과점 경향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4일 각 사가 발표한 올해 2월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는 국내에서 총 9만925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 1월 10만2719대보다 3.4% 감소한 것이다. 2월 일수가 적은 데가 설 연휴까지 끼면서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회사별로 2월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는 전월 대비 4.3% 감소한 4만7653대를 판매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6.7% 줄었다. 조업일수 감소와 더불어 아산·울산 공장이 설비 공사에 들어가며 아반떼와 그랜저 같은 차종이 예년만큼 생산되지 못했다.

기아는 4만4076대를 기록했다. 전월(4만4608대)보다 1.2%, 전년 대비로는 12.0% 판매량이 줄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와 미니밴 카니발이 각각 8671대, 7989대 팔리며 실적을 이끌었으나 전기차 보조금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전기차 판매가 90% 이상 감소했다.

이들 회사의 판매량은 줄었지만 점유율은 상승했다.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은 지난 1월 91.9%에서 2월 92.4%로 올랐다. 이 기간 현대차 점유율은 소폭 떨어졌는데 기아가 판매량 방어에 성공하며 비중을 끌어올렸다.

나머지 중견 3사 중에서는 르노코리아만 판매량이 늘었다. 르노코리아는 1월 1645대에 그쳤으나 지난달에는 1807대로 9.8% 더 팔았다. 다만 전년(2218대)과 비교하면 18.5% 줄어든 수치다. 르노코리아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며 월 2000대 안팎의 판매량에 머무른 상태다.
 
지난 1~2월 완성차 5사 내수 판매 실적[자료=각 사]
KG모빌리티는 2월 3748대를 판매하며 1월(3762대)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 1년 전보다는 절반가량 판매량이 줄었다.

GM한국사업장은 1월(3762대)보다 31.9% 감소한 1970대에 머물렀다. 준중형급으로 덩치를 키운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1447대로 내수 판매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대차·기아와 중견 3사 간 점유율 격차가 커진 데에는 '신차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세단부터 SUV, 상용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보유했을 뿐더러 3년 안팎 주기로 각 차종마다 부분변경과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싼타페, 투싼, 제네시스 GV80 등을 출시했고 이 기간 기아는 쏘렌토, K5, 카니발을 선보였다.

그 결과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2022년 88.6%에서 지난해 91.4%로 90%를 돌파했다. 중견 3사로서는 판매량(생산량)이 적어 신형 모델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 못하고, 신차 가뭄이 다시 판매 저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주력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점도 점유율 90%를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기아는 중형 SUV인 싼타페와 쏘렌토는 물론 스타리아, 카니발 등 다목적차량(MPV)까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구동계)를 갖췄다.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이브리드차 쏠림 현상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한편 내수·해외를 합친 글로벌 판매량은 60만7744대를 나타냈다. 1년 전보다 3.5% 감소하며 저조한 성적을 냈다. 해외 판매는 2.8% 감소한 기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사가 모두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