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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중형급 공간으로 체급 한계 '돌파'

성상영 기자 2024-02-20 06:00:00
2000만원대 '가성비' 두르고 '장르 파괴' 1.2ℓ 배기량 편견 깬 민첩한 주행 실력 중형차 수준 뒷좌석 공간이 최대 장점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가 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차를 국내에 출격시켰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마저 3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요즘, 2000만원 중반에 썩 괜찮은 사양으로 뽑을 수 있어 화제가 됐다. 가격표도 매우 단순해 소위 '옵션 장난'을 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트랙스는 같은 브랜드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소형 SUV의 한 축인 모델이었다가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역할이 분명해졌다. 차체를 낮고 길게 뽑아 SUV의 범주에 집어넣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세단이나 쿠페, 왜건은 확실히 아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타본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장르의 경계가 불분명했지만 색깔은 오히려 뚜렷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측면[사진=성상영 기자]
◆쉐보레를 다시 보게 만든 가격과 크기

이전 세대 트랙스는 그야말로 '엔트리 SUV'였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소형 SUV가 인기를 얻으면서 해당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외관은 멀끔했지만 이 차만의 경쟁력을 보여주기엔 다소 부족했다. 그러다 트레일블레이저가 나오면서 특색도 옅어졌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성비와 여유로운 실내에, 트레일블레이저는 한 차원 높은 사양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에 특화하며 구분이 확실해졌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먹혔다. GM 한국사업장에서 생산된 두 차량은 대표 수출 모델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은 이들의 선전으로 2023년 연간 내수·수출 합산 총 46만8059대를 판매하며 2017년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모든 측면에서 타깃이 명확해 보였다. 외관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면서 세련되고 날렵했다. 주행 감각은 가벼웠다. 편의기능은 풍부하지는 않았으나 필요한 만큼은 다 있었다. 21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가격까지 생각하면 이 차가 정조준한 구매층은 2030세대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실내[사진=성상영 기자]
동급 SUV와 비교해 낮게 깔린 차체는 안정적인 비율을 완성한 주요인이다. 여기에 좌우로 굴곡을 크게 주면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일부 외적 요소를 달리 해 스포츠카 감성을 살린 
'RS 플러스'와 아웃도어 느낌을 강조한 '액티브 플러스'로 트림(세부 모델)을 이원화한 점도 돋보인다. 시승 차량은 액티브 플러스였다.

가장 놀라운 점은 웬만한 중형 세단과 맞먹을 정도로 넓은 실내였다. 이전 트랙스보다 전장(길이)은 무려 30㎝ 늘어났고 휠베이스(축간거리)는 15㎝가량 길어졌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발, 머리 쪽 여유 공간이 충분했다. 특히 바닥 가운데가 불룩 솟은 데 없이 완전히 평평해 시각적인 개방감은 물론 체감되는 크기가 상당했다. 승객이 머무는 곳을 널찍하게 뽑아내면서 적재 공간을 희생시키지 않은 점도 눈에 띄었다.

뒷좌석 편의기능도 소홀하지 않았다. 열선 시트는 없지만 중간 트림부터 송풍구와 전자기기 충전구를 갖췄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차량이 상위 트림으로 올라가야 뒷좌석 송풍구를 주는 것과 다르다. 4인 가족이 주로 타는 패밀리카는 아니지만 20대 후반에 차를 뽑아 중형차로 넘어가기 전까지 실속 있게 타기에 최적일 듯하다.

실내를 둘러보고 가격표까지 확인했을 때 쉐보레를 다시 보게 됐다. 지금까지 경쟁사 동급 차종에 빗대 비싸다는 인식을 준 게 사실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쉐보레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파괴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뒷좌석[사진=성상영 기자]
◆초반에 집중된 가속 성능, ANC는 '의외'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실내가 넓어도 주행 실력이 나쁘면 꽝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차체의 움직임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배기량이 1.2ℓ밖에 안 돼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 않은 탓도 있겠다.

공차중량이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1.3톤(t)인 데 반해 3기통 엔진을 썼다는 점은 언뜻 출력이나 구동력이 부족하게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쉐보레 다운사이징(크기 줄이기) 실력자답게 일반적인 운전자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조율을 해놨다. 쉐보레는 과거 중형 세단에 3기통 1.3ℓ 엔진을 넣은 패기를 보여준 브랜드다.

크기가 작은 엔진은 초반 가속에서 민첩하게 차를 끌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에 발을 얹으면 툭툭 밀어주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나갔다. 전반적으로 엔진 회전수를 높게 쓰는 편이지만 시속 100㎞까지는 힘을 쥐어짠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변속기는 자동 6단으로 직결감이 도드라졌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차체 뒤쪽 라인[사진=성상영 기자]
중반 이후로는 한계가 드러나긴 했다. 시속 80㎞ 부근에서 급가속을 하면 들리는 소리에 비해 속도계 숫자가 금방 오르지 않는다. 승차정원에 맞춰 5명이 타면 차가 힘겨워하는 게 체감됐다. 그럴 때 '1.2'라는 숫자를 떠올리면 금방 수긍하게 된다. 물론 이 차를 5명 꽉 채워 타고 다닐 일이 1년에 몇 번이나 될까 싶다.

편의기능은 필요한 만큼, 크게 아쉬움 없이 들어가 있었다.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서 운전자가 불편을 안 느낄 수준을 절묘하게 맞췄다. 디지털 계기반은 기본 역할에 충실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지원함으로써 내비게이션이나 각종 부가 기능은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맡겼다.

다시 가격표로 눈을 돌리면 시작 트림인 'LS 플러스'부터 많은 걸 넣어줬다. 흔히 '깡통 휠'로 부르는 스틸 휠이 거슬리지 않는다면 2200만원이 채 안 되는 이 트림을 선택해도 좋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능동 소음 저감(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이 기본부터 들어간다. 물론 함정은 있다. 스피커가 단 4개에 불과하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후면[사진=성상영 기자]
ANC는 상당히 의외인 기능이다. 이는 주파수 특성을 이용해 각종 소음을 줄여주는 것으로 중형급 이상에서나 볼 법하다. ANC 덕분인지 차음 유리 등 별다른 방음 대책이 없는데도 시속 70~80㎞ 정도로 달릴 땐 꽤 정숙하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트림별 가격은 △LS 플러스 2188만원 △LT 플러스 2504만원 △액티브 플러스 2821만원 △RS 플러스 2880만원이다. 차량 구매자 선호를 고려하면 액티브 플러스나 RS 플러스에 지능형 크루즈컨트롤과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포함된 '테크놀로지 패키지'를 추가해 3000만원 이내로 끊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