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상이변으로 인한 화재 후유증, 정신적 피해도 막심

박경아 기자 2024-03-05 06:00:00
여성·노인 더 심각…약 처방으로 연구 화재로 인한 정신적 피해, 10년을 가기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스모크하우스 크리크 지역 민가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텍사스에서는 각기 떨어진 4곳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의 5배가 넘는 면적이 소실된 스모크하우스 크리크 지역 산불 규모가 가장 크다.[사진=AP연합]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텍사스 팬핸들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계기로 공중보건 지도자들은 주민들의 신체 안전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산불은 신체 건강에 명백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만,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발생 지역 인근에 살았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정신 건강상 큰 변화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보도한 2월 마지막 주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이 연구는 산불에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약물 주문 증가를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주민 700만명 이상은 2011년과 2018년 사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25건의 대형 산불 지역 근처에 살았다.
 
연구원들은 조사 결과 산불 이전 기간에 비해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및 불안을 줄이기 위한 의약품 주문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증가에는 새로운 처방전과 재충전이 포함됐다.
 
여성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처방 증가 건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항정신병약이나 최면제 처방 건수는 증가하지 않았다.
 
이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청구 데이터의 기록에 의존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추세를 추적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산불에 더 많이 노출되는 시골 사람들은 정신 건강 관리에 관한 서비스가 부족하고, 그 숫자는 처방 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산불 후 정신 건강 치료의 필요성은 실제로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고농도의 입자 오염이나 그을음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불안과 우울증의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산불은 상당한 양의 그을음을 생성한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정신의학 부교수인 조티 미슈라 박사는 "이러한 최신 연구가 "산불의 맥락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엄청난 고통을 확증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집이나 가족을 잃었을 때 충격이나 우울증, 절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신 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도 산불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수면 문제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산불에 노출되는 것은 불안과 우울증 뿐만 아니라 알코올과 약물 사용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기후 위기는 아마도 더 많은 성인과 어린이를 산불에 노출시킬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산불로 800만 에이커(약 3만2375㎢)를 잃었고, 사람들이 사는 곳이  고위험 지역에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산불 발생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슈라 박사는 산불 직후 정신 건강 관리에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불을 경험한 지역 사회는 몇 년 동안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연구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정신 건강이 10년 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