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영 불확실성 확대...대기업들 경기 침체에 이사 보수 한도 삭감 나선다

선재관 2024-03-03 16:25:36
삼성전자, LG그룹, SK그룹 등 대기업 잇따라 보수 축소 경영 성과 악화와 경기 침체 고려, 경영 효율화 위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코노믹데일리]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대기업들이 잇따라 이사 보수 한도 삭감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작년 480억원에서 올해 43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장기성과 보수 한도는 1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감액되고, 일반보수 한도는 330억원으로 작년과 같다. 이사 수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11명이다.

삼성전자의 이사 보수 총액 한도는 2020년 550억원에서 2021년과 2022년에 410억원으로 줄었다가 2023년에 다시 480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실제 지급된 이사 보수 총액도 한도 증감에 따라 2020년 337억원에서 2021년 323억원, 2022년 225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260억원으로 증가했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지주사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주력 계열사들이 이사 보수 한도를 축소한다.

㈜LG는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작년 180억원에서 올해 17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 올린다. 이사 수는 작년과 같은 7명이다. 회사 측은 "전년 대비 연결 손익 감소 등에 따른 경영 성과와의 연계성, 국내외 경기 회복 둔화 등 경영 환경, 주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LG가 작년에 실제로 지급한 이사 보수 총액도 전년의 146억원보다 8%가량 줄어든 134억원이었다. 또 LG전자가 90억원에서 80억원으로, LG화학이 80억원에서 70억원으로, LG생활건강이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각각 이사 보수 한도를 줄인다.

SK텔레콤은 이사 수가 작년 8명에서 올해 9명으로 늘어나는데도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1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감액한다. SK스퀘어는 이사 수를 7명에서 5명으로 줄이면서 보수 총액 한도를 작년 120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HD현대는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 5명을 유지하면서 보수 총액 한도를 작년 34억원에서 올해 27억원으로 줄인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악화 여파로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서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사 보수 한도를 삭감한다.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작년 200억원에서 올해 150억원으로 축소한다. 이사 수는 김택진 대표를 포함한 7명을 유지한다.

회사 측은 "이사 보수 한도는 복수 대표이사가 선임될 예정인 점 등을 반영하되, 최근 회사의 변화 흐름과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년 대비 50억원 축소한 150억원으로 설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기업들의 이사 보수 한도 삭감은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단행된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주주들의 높아지는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사 보수 삭감이 경영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우수 인력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기업들은 이사 보수 삭감과 더불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미래 투자와 우수 인력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