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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 엔진은 '업' 차체는 '다운'…주행 성능 확 높였다

성상영 기자 2024-01-09 06:00:00
[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 HEV·PHEV 7년 만에 5세대 완전변경 모델 출시 낮아진 차체에 스포츠 쿠페형 외관 2.0ℓ로 엔진 키워 200마력 안팎 출력 하이브리드車 '새 표준'…"이것이 원조의 실력"
도요타 5세대 프리우스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원조인 도요타 프리우스가 한층 젊은 감각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이전보다 커진 엔진으로 출력을 대폭 끌어올리고 차체는 낮추면서 고성능 스포츠카 감성을 살렸다. 5세대 프리우스 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젊어진 외관, 뛰어난 주행 성능까지 중무장해 돌아왔다.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차로 주목을 받은 프리우스는 1997년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친환경차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신형 프리우스는 지난해 1월 도요타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 먼저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알려졌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올해 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새해를 보름여 앞둔 지난달 13일 정식 판매가 시작됐다. 한국토요타자동차(도요타코리아)는 라브4 PHEV, 크라운, 하이랜더, 알파드에 이어 프리우스를 끝으로 2023년 예정된 신차 출시 일정을 마쳤다. 신형 프리우스는 국내에 직접 비교할 만한 차종이 마땅히 없어 '신차 효과'를 제대로 안겨줄지 기대된다.

지난달 15일 타본 신형 프리우스는 외관부터 강렬한 인상을 줬다. 이날 시승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군 일대를 달린 뒤 되돌아오는 왕복 약 160㎞ 경로로,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과 외부 충전이 가능한 PHEV를 번갈아 탔다.
 
도요타 5세대 프리우스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낮아진 차체, 매끈한 라인으로 '감성 마력' UP

프리우스는 초창기 모델부터 세단이나 해치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기존 장르에 끼워 맞추기 어려운 외관을 지녔다. 기본적으로 5도어 형태를 취하면서도 엔진룸-객실-짐칸으로 명확히 구분된 3박스 구조와 비슷하다. 1세대를 제외하면 언뜻 봤을 때 해치백인가 싶다가도 세단이나 쿠페 같은 게 특징이다.

이번에 나온 5세대 프리우스는 확실히 쿠페에 가까워졌다. 차체를 더욱 낮추고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전조등)를 날렵한 선으로 처리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연상케 했다. 옆에서 봤을 땐 중간에 꺾였다 가지 않고 완만한 곡선 하나로 엔진룸에서부터 트렁크 끝단까지 이어진다. 후면부는 일(一)자형 리어램프(후미등)를 채택하고 스포일러를 추가했다. 곳곳에 녹아든 요소는 '감성 마력'을 한층 높여주는 듯했다.

차체 높이가 낮아지면 차량이 주행할 때 공기저항이 작아지고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조향 안정성이 좋아진다. 반면 실내 머리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앞좌석과 루프 피크(지붕 최고점)을 뒤로 밀어 구조적 한계를 극복했다. 그 덕분에 키가 큰 사람이 운전해도 머리가 닿지 않았다. 뒷좌석은 소형차인 데다 배터리가 들어간 점을 생각하면 널널했다.
 
도요타 5세대 프리우스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실내는 꽤나 시대를 앞서나간 느낌이다. 최근 일부 완성차 브랜드가 널리 쓰는 계기반·인포테인먼트 일체형 화면 대신 둘을 과감하게 분리했다. 7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위치가 다른 차들보다 앞 유리에 한 뼘 정도 더 가깝다. 다시 말해 운전자와 거리가 멀다. 처음 봤을 땐 낯선 게 사실이었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없이도 눈높이를 맞추기 편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12.3인치로 차 크기를 생각하면 큰 편이다. 반응 속도나 디자인은 무난했다.

다른 요소들도 많이 바뀌었다. 계기반이 전면을 향해 밀리면서 운전대 높이가 낮아졌다. 운전대는 지름이 370~380㎜가 일반적이지만 프리우스는 350㎜로 작다. 또한 대시보드 중앙 공조 버튼은 피아노 건반 모양으로 배치됐다. 낮아지고 작아진 운전대, 건반 형태 공조 버튼은 흡사 스텔란티스 푸조 차량을 떠올리게 했다.

◆주행 성능 아쉬움 없지만…변속 노브는 '옥에 티'

날렵한 스포츠 쿠페의 감각은 내·외관뿐 아니라 주행 성능에서도 묻어났다. 하이브리드차답게 초반에는 전기 모터가 힘 있게 밀어줬다. 본 실력은 엔진이 함께 돌아갈 때 드러났다. 신형 프리우스는 이전 세대(1.8리터)보다 엔진 배기량을 2.0리터(ℓ)로 키워 가속 성능을 높였다. HEV와 PHEV 모두 엔진은 19.2㎏f·m, 모터가 21.2㎏f·m의 구동력을 낸다. 최고출력은 HEV는 196마력, PHEV는 223마력으로 소형차로서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낮아진 차체와 커진 엔진은 달리는 내내 한 가지 메시지를 운전자에게 전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이유가 연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요타 5세대 프리우스 뒷좌석[사진=성상영 기자]
과거 프리우스가 ℓ당 30㎞를 넘나드는 연비가 트레이드마크였다면 5세대 프리우스는 아니다. 여전히 20㎞/ℓ대 연비를 쉽게 뽑아낼 수 있었지만 눈에 띄게 향상된 달리기 실력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신형 프리우스는 운전이 재밌는 하이브리드차였다. 시승 당일 서울·경기 지역에 제법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격한 코너링을 해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이브리드차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했다. PHEV 모델은 배터리 용량을 1.5배 키워 'EV(전기차) 모드'로 64㎞까지 주행 가능하다. 일반 HEV 모델도 모터로만 달리는 구간이 많다. 연비는 HEV가 공인 복합 기준 20.9㎞/ℓ로 PHEV(19.4㎞/ℓ)보다 좋다.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변속 노브(손잡이)다. 전자식이 채택됐는데 조작 방법이 독특하다. 손잡이를 왼쪽으로 옮긴 뒤 앞으로 밀면 후진(R), 왼쪽에서 뒤로 당기면 전진(D)이다. 하이브리드차 답게 회생제동이나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잡아주는 'B(브레이크) 모드'도 지원한다. 변속 손잡이를 아래로 당기면 해당 모드가 활성화된다. B 모드에서 D로 다시 돌아가려면 중립(N)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재빠르게 조작하지 않으면 달리는 중에도 N으로 변속됐다. 일정 속력 이상에서는 N단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등 변속기 조작 방식을 보완하면 좋을 듯하다.

가격은 HEV 모델 △LE 3990만원 △XLE 4370만원이고, PHEV 모델 △SE 4630만원 △XSE 4990만원이다. HEV에는 없는 디지털 룸미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초기 구매 비용과 연비 등을 고려했을 때 PHEV를 선택할 유인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