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내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고 2035년까지 1만명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9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이 풀릴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로 인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의료 개혁의 핵심 추진 과제인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을 통해 2025년부터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되면서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늘어나는 의대 입학정원의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 중심으로 집중 배정 원칙을 바탕으로 하며,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 장관은 모든 국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제때 진료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 장관은 의료인들에게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 보장을 공동 목표로 한데 힘을 모아야 하는 협력자이자 동반자”라며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힘을 보태듯 신년대담에서 국내 인구의 고령화 문제를 언급하며 "의사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 수만 늘리는데 집중하지 않고 의사의 법적 리스크는 줄이고, 그에 따른 공정한 보상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에 의협은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7일 오후 ‘2024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 전환을 발표했다. 의협은 비대위원장을 뽑고 파업 절차를 논의한 뒤, 설 연휴 이후 파업 날짜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작성하고, 대학병원별로 집단행동 참여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전국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전국 의대생들은 동맹휴학과 의사시험 거부 등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복지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을 포함해 주요 의료정책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정합의문을 작성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은 무산됐다.
하지만 윤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파업을 예고한 의협에 ‘집단행동 금지'를 명령하며 2020년과 다른 행보로 의대증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방침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기피 현상 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정부 계획은 근본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필수 의료 기피 문제에 대해 해결하지 않고 의대 증원만 한다면, 10년 후 서울에는 2000개의 피부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는 "의협이 휴진까지 가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대화의 창구를 열고 국민들을 위해서 문제해결에 대해 서로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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