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철강 기업에서 철·전지를 아우르는 친환경 소재 회사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하고 있다.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는 매출 100조 시대를 5~6년 뒤 연다는 계획이다. 비철강 부문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은 물론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 이차전지 사업 육성에 전방위로 뛰어든 상태다. 광물부터 양·음극재에 이르는 공급망을 갖춰 철강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운다는 게 포스코그룹 청사진이다.
잘 그린 밑그림 만큼이나 실현 계획도 스케일이 남달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공장 신·증설에 투자했거나 투자 예정인 금액은 15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철강 부문은 5조6000억원에 그쳤고 나머지는 비철강 부문에 배정됐다. 그중에서도 양극재와 음극재, 전구체 등 이차전지 소재, 그리고 리튬 생산을 위한 설비 총투자액은 9조2000억원에 이른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를 만드는 데 필수 광물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광산과 염호(鹽湖)에 투자를 집중했다. 단일 투자 건으론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상용화 공장이 2조60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공급 사업도 포스코인터내셔널 주도로 활발하다. 남이 채굴한 광물을 사오는 대신 현지에 공장을 짓고 직접 캐서 쓴다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과는 별개로 난관이 적지 않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은 계속된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하다. 이차전지와 관련해서는 올해부터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하며 업계 전반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많다. 철강과 이차전지를 통틀어 결국은 수요 침체가 문제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철강 수요도 예년보다 저조한 상황에서 가격을 낮춘 중국산 제품이 유입되면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주력 사업 수익성 악화는 그룹의 투자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이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73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연간으로는 1년 전보다 약 78% 줄어든 359억원을 남기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엔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단기 차입금을 2000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기차용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는 초기에 일시적인 조정 국면일 뿐 근시안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내부의 걱정거리는 차기 회장 선임이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현 회장 뒤를 이어 누가 수장이 될지도 관심이지만 어떻게 후보를 추려내느냐가 최대 현안이다.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공신력에 흠집이 난 탓이다. 사외이사인 후추위 위원 모두가 이른바 '호화 출장' 논란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회장 선임 절차를 관장하는 후추위는 예정대로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4일 내부 5명, 외부 7명 등 12명을 명단에 올린 데 이어 31일 5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이날 공개된 '파이널리스트(최종 명단)'에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포함됐다.
후추위가 예고한 대로 2월 중 최종 1인이 확정되더라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다.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이 모두 험로인 상황에 자칫 회장 공백 사태가 빚어진다면 10조원에 육박하는 잔여 투자 계획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포스코그룹 안팎에서는 최종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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