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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선임 격랑 속으로…'후추위 흔들기' 포스코, KT 전철 밟나

고은서 기자 2024-01-18 05:00:00
후추위원 7인 전원 입건…회장 선임 '난항' KT 사태 재현 가능성·외부 후보 유리 전망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홀딩스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이 회사 사내·외이사 16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된 초유의 상황에서도 차기 회장 '외부 후보 롱리스트(다수가 포함된 명부)'를 확정했다. 최근 불거진 비위 사건과 별개로 회장 선임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거론된 후보군 중 상당수가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절차 자체가 파행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후추위는 17일 6차 회의를 열고 포스코그룹 내·외부인 중 평판조회를 거친 인물을 대상으로 후보 명부를 작성했다. 후추위는 앞서 포항 지역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촉발된 사태를 '흔들기'로 규정했다. 예정대로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 해도 사건에서 자유로운 내·외부 후보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후추위 위원인 사외이사(7명)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 등 16명은 업무상 배임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5박 7일 일정으로 호화 이사회를 개최, 약 6억8000만원을 썼다. 이 비용은 포스코홀딩스가 집행해야 했지만 현지 자회사 포스칸이 일부를 부담해 규정을 어겼다는 게 핵심이다.

경찰 조사가 본격화하자 회장 선임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후추위 위원들의 신뢰도에 흠집이 난 이상 공정한 절차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이유다.

시선은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으로 쏠린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포스코홀딩스 지분은 6.71%지만 후추위가 천거한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결집시킬 만한 영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KT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구현모 KT 대표 연임 결정에 반대 의사를 공개 표명했다. 결국 KT는 원점으로 돌아가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다시 진행했다.

후추위는 논란과 관계없이 후보자를 5명 내외로 압축한 '숏리스트' 선정에 매진한다는 입장이다. 후추위는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막중한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 책임임을 인식하고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신중하고 공정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