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ESG 유럽은 go, 미국은 stop? "탄소배출 25%하는 부유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 참여해야 지구 구해"

박경아 편집위원 2024-01-18 06:00:00
미국의 보수 정치권 공화당 중심 반ESG 유럽에서는 경제난 속에 아래에서의 반발로 반ESG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17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테가 케이에서 대선 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

[이코노믹데일리]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은 ESG는 지금까지 유럽연합(EU)의 주도와 미국의 뒷받침으로 각종 경제 및 사회 ESG 관련 공시기준, 공급망 실사, 탄소국경세 등 관련 정책 방향과 이슈가 도출하게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전 세계 어디에나 닥친 공통의 적이었고 ESG로 인해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경영, 투명한 기업활동은 소비자들에게도 착한 소비를 부추겨 선한 경제적 순환을 만드는 동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며 ESG가 다소 쇠퇴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가 지난 6월 미국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ESG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ESG’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조선미디어 더나은미래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의 반ESG··· 보수 정치세력 공화당 중심

지난 2018년부터 공개적으로 ESG 경영을 강조해온 래리 핑크가 기존 노선을 벗어난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에서는 반ESG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반ESG 지지 세력은 화석 연료·무기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옹호하고, 재무적 요인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정치권, 특히 보수적인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외신을 종합하면 민주당 강세인 미국 해안 지역에서는 친(親)ESG 법안이 발의됐다. 반면 공화당이 강세인 내륙 지역에선 반ESG 법안이 대거 상정됐다. 실제 공화당 세력이 집권하고 화석연료·석유 산업의 기반이기도 한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반ESG 행보를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ESG 투자를 규제하는 주법이 시행됐다. 법안에는 ESG채권 발행을 금지하고 주와 지방자치단체 기관은 ESG 같은 비재무적 요인이 아닌 재무적 요인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강경한 반ESG파로, 지난 2022년 12월 ESG 투자를 주도해온 블랙록으로부터 20억 달러(약2조5000억원)의 주 기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2월 발간한 저서 ‘자유로워질 용기(Courage to be Free)’에서 “ESG는 극진 좌파의 쓰레기”라고 맹비난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2022년 8월 “에너지 관련 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한다”는 이유로 블랙록과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10개 기업과 348개 투자펀드를 공적연금의 출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도 켄터키·루이지애나·미주리 등 각 주들이 반ESG를 선포하고 나섰다. 

◆유럽의 반ESG는 각국의 강력한 ESG정책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불만'

유럽에서는 EU를 중심으로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강력한 ESG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다.이에 따라 유럽에서의 반ESG 전개 양상은 미국과 다르다. 

유럽의 경우 각국의 강경한 ESG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농업, 낙농, 축산업 종사자 등 ESG 관련 법이나 제도에 불이익을 보거나 불만을 가진 세력 중심으로 미국처럼 ‘위’ 정치권이 아니라 ‘아래’ 시민들을 중심으로 일어나 반ESG 소수 정당을 구성하고 지방선거에까지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반발로 정치권 지형까지 뒤바꾼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22년 3월 치러진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압승을 한 일이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2030년까지 질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전체 축산 농가의 가축 수를 최대 50%까지 감축하고 농장을 폐쇄하는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축산 농가 농민들은 이에  거세게 항의했고, 당시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BBB가 지방선거에서까지 승리하게 된 것이다.

유랙티브·가디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7월에는 유럽의회의 녹색당·사회당·민주당 등이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를 수정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EU는 5만개의 상장 기업이 2024년부터 연간 보고서에 ESG 공개를 강제하는 CSRD를 발표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지침 내용을 완화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EU 집행위원회는 750인 미만 기업에 한해 공시 보고서에서 스코프3 등 일부 자료를 생략할 수 있도록 수위를 낮췄다. 

◆“반ESG, 전 지구적 손실 초래할 것”
빌 게이츠가 지난 2022년 6월 14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기후 분야 연사로 나서 기후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당장 행동이 필요하며 전 지구적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KOTRA실리콘밸리무역관]

반ESG 움직임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 비영리단체 ‘참여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소속 기업분석가 로라 피터슨은 “글로벌 기후 위기 현상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지난 2022년 6월 14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기후 분야 연사로 나서 “청정기술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자본을 투입할 것인가(How to Deploy Billions in Clean Tech)”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이 지상 중계한 강의에서 게이츠는 “기후 위기가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지 책으로는 충분히 알기 어렵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혁신을 논하면서 시멘트, 철강, 화학물질, 종이, 농업용 토지와 같은 전통 산업 영역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며 “전통 산업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으며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배출량의 65%를 차지하는 중·저소득 국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부유한 국가의 참여만으로는 전체의 25%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후 행동자의자‘로서 그는 이렇게 의견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반드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ESG는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다. 지금 우리 세계가 마주한 기후 변화의 현재와 미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한가하게 ESG 찬반 논쟁이나 벌이고 있는 부유한 국가들이 감축하는 탄소 배출량은 겨우 전체 배출량의 25%. 이들의 감축 노력만으로는 2050년까지 넷제로가 불가능하다는 게이츠의 죽비 같은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