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중국 등 우려국 기업의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을 '해외 우려기관(FEOC)'으로 선정해 IRA에 따른 자국 친환경 인센티브를 지급지 않기로 하는 IRA 잠정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또 IRA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
업계에서는 "일단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면서도 "FEOC 규제 기준이 강도 높게 설정됨에 따라 우리 기업 가운데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새만금과 구미에 합작공장을 건설할 예정인 만큼 지분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5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구미에 양극재 합작공장을,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구미 공장은 LG화학, 화유코발트 각각 51%, 49%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새만금 공장은 아직 지분율을 논의하고 있어 공개가 되지 않았지만 통상 50:50 또는 51:49 비율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화유코발트가 합작공장에 투자한 지분을 LG화학이 모두 인수해야 할 수도 있다. 만약 구미 공장의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매입할 경우 2450억원이 든다. 새만금 공장도 같은 비율(51:49)로 지분이 정해진다고 가정한다면 지분 매입에만 5880억원이 필요하다.
LG화학이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자산은 30조6479억원으로 지난해 말(29조6743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특히 일반적으로 기업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조880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383억원 증가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화유코발트가 갖고 있는 지분 전량을 인수하려면 1조원 가까이 돈이 필요한데 그 정도 여유는 없는 상황"이라며 "또 전량 매입에 중국 기업이 동의하지 않을 확률도 있어 LG화학은 최소 24%포인트(p) 수준의 지분을 화유코발트로 사오는 방향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2024년부터 중국 분리막을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선언에 분리막 제조에 경쟁력 갖춘 LG화학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나온다. 이를 노린다면 LG화학이 내년 상반기부터 북미 공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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