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오너 마음은 콩밭?…김동선, '본업' 능력 시험대로

김아령 기자 2023-12-14 06:00:00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갤러리아명품관 외부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이코노믹데일리] 한화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지난 3월 한화솔루션이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 현재 유통·호텔·외식·로봇 등 다방면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거침없는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반해, 본업인 ‘백화점’ 성적표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최근 신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는데 주 사업 성적이 고꾸라진 점에서 경영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제대로된 리더십을 보이려면 백화점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력 매장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의 올해 10월까지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로 명품소비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줄어든 탓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60%에 달해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화갤러리아의 매출은 1200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74% 줄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올해 3월 회사 인적 분할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 부담 등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등 대체 소비가 증가한 것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백화점 부문의 약세는 한화갤러리아만의 일은 아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15~3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나 갤러리아의 감소폭은 그보다 2배 이상이다.
 
갤러리아는 점포수가 5개로 적지만 그동안 압구정 명품관 등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왔다. 그러나 불경기 속 고금리 장기화와 명품 가격 줄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수요가 꺾였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으나 이달 8월과 9월 각각 7.6%, 3.5% 역신장했다. 백화점 명품 매출이 두 달 연속으로 역신장 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압구정 갤러리아의 10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줄어들면서 타격이 컸다. ‘명품관’이라고 불리는 강남 갤러리아의 두 자릿수 역성장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백화점업계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신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본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6월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와 현재 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향후 5년 내 15개 점포를 확장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파이브가이즈는 특히 김 부사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6월 첫 문을 연 파이즈가이즈의 9월 말일까지의 매출액은 36억원이다. 한화갤러리아 전체 매출 가운데 파이브가이즈의 매출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와인 자회사인 비노갤러리아 사업까지 포함해도 식음료 사업부문도 한화갤러리아 매출의 1.2%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 속 김 부사장은 지난 10월 출범한 로봇회사 한화로보틱스의 전략 기획 부문도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백화점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전체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본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백화점업계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강남 1호점에서 김동선 부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오픈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