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멈춰 선 CJ올리브영 IPO…논란만 남긴 채 좌초될까

김아령 기자 2023-11-14 20:37:37
공정위 조사받는 올리브영…협력사 갑질 등 의혹 과징금 규모 최대 6000억원 수준 전망 CJ家 주요 승계 재원…IPO 불투명
CJ올리브영 매장 외부 전경 [사진=CJ올리브영]

[이코노믹데일리] 고성장 중인 CJ올리브영이 연이은 악재로 기업공개(IPO) 행보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지난해 IPO 불발 이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며 시기를 저울질 하던 와중, 올해 상·하반기 연속 ‘납품업체 갑질 의혹’이 터지면서 암초에 걸린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며 거액의 과징금 부과 위기에 빠졌고, 그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4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올초부터 공정위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협력사를 대상으로 독점거래를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업체를 퇴출시킨 정황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올리브영의 갑질 의혹은 연내에만 두차례 발생했다. 지난 2월 올리브영이 ‘롭스‧랄라블라 등 경쟁사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납품업체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7월에는 쿠팡이 직접 공정위에 ‘올리브영이 중소 화장품업체의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신고장을 접수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가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로 판단했고, 과징금이 최대 6000억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전에는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반품을 강요해 과징금을 받기도 했다.
 
올리브영은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타 채널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면서 “공정위 신고가 접수된 만큼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의 연이은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CJ 3세 경영 승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아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올리브영 최대주주는 CJ로 지분 51.15%를 보유 중이며, 이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님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11.04%),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4.21%) 순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후 지분을 매각해 승계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거나, CJ지분을 매입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의 프리IPO 당시 구주 일부를 매각해 각각 391억원, 1018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CJ올리브영은 당초 지난해를 목표로 IPO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시장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후 올해 주류 판매, 이너뷰티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2분기 올리브영의 매출액은 9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1%, 당기순이익은 1024억원으로 76.9% 증가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은 각각 46.3%, 39.4% 증가하면서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리브영의 2분기 말 점포수는 1320개로 전년 대비 45개 증가하는 등 점포수 확장과 함께 같은 기간 점포당 매출도 약 7억3000만원으로 36.2% 증가했다. 특히 강남·성수·명동 일대의 외국인 고객 비중도 대폭 상승하면서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외형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3분기부터 본격적인 중국 관광객 유입 증가로 인한 오프라인 매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원까지 될 것으로 거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은 상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과징금 부과여부와 액수에 따라 기업가치가 흔들릴 수 있고, 향후 법적대응까지 나선다면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승계 과정을 단순화하는 방법으로 CJ올리브영과 지주회사 CJ의 합병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IPO를 하면 CJ 지분 매입, 상속세 마련 등 오너 4세 승계 과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합병이라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가 막대하다면 재무 상황뿐만 아니라 상장 작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상장을 통한 목표 자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리브영의 상장 시기는 더욱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