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자수첩] 소비자 속만 터지는 보험료 카드 납부

지다혜 기자 2023-10-17 09:00:00
일부 대형 생보사는 카드 납부 '불가'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도 계류 상태
금융증권부 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카드로 결제하겠다 하니 달갑지 않아 한다.", "보험 상품마다 카드 납부 규정이 달라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신용카드로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시대에 도래했지만 '보험료 카드 납부'는 상황이 다르다. 상품마다 카드 납부 방식이 제각각인 것은 둘째고 카드 납부 자체를 받지 않는 보험사들도 존재하자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보험료 카드 결제 서비스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게 무색하게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 셈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비율은 약 5%에 불과했다. 비싼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해야하는 종신·저축성보험 상품이 많은 생보사들은 카드 납부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로, 특히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아예 카드 납부가 불가능하다. 손해보험사 카드 납부 비율도 자동차보험 제외 시 14% 수준이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수수료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보험사는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카드 납부를 꺼리고 있는 반면 카드사는 현행법에 따라 적정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보험사의 카드 수수료율은 2%대 초반으로 알려졌는데 보험업계는 해당 수수료가 비싸다며 1%대로 인하를 요구하면서 대립이 길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보험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각 협회에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비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카드 납부를 장려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모양새다. 명목상으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보험 상품의 신용카드 결제 여부는 보험사와 카드사 간의 계약으로 정할 수 있게 명시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상 알아서 자구책을 찾도록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험료 카드 납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국회도 나선 적이 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지난 2020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카드 등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려는 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대우하는 보험사에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도 계류 중인 상태다.

보험사와 카드사는 서로 잇속을 챙기기 바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흐지부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행태로 그 누구 하나 적극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서 소비자의 불편함만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20년이나 지났으면 업계에서 합의도출(合議導出) 하든 금융당국이 조정하든 소비자들의 편익성을 위한 결과가 서둘러 나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