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다음달 11일 나란히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양대 노총은 '윤석열 정부 심판'을 공통 구호로 내걸고 조직 동원에 나선 상태다.
최근 정부는 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을 사업장 단위 노동조합에 명령했다. 또한 회계 투명성을 높이라며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 중단까지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노조 폭력)' 퇴치를 들고 나온 뒤로 개혁 칼끝은 일관되게 노조와 노조 집행부를 향하고 있다. 노동개혁에 앞서 노조 개혁이 먼저라고 본 것이다.
민주노총은 11월 노동자대회를 '민중총궐기'와 함께 열기로 했다. 정부 노동 정책을 노조 탄압이라고 규정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제 위기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묻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엮어 가맹 조직은 물론 소위 진보 성향 단체와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석을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 공격, 색깔론으로 정권의 무능을 가릴 수 없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반(反)노동 정책은 추석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정권을 비판하면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 찍어 탄압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노동자대회가 민주노총 전 조직이 참여하는 총파업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아 노조를 제외하고 투쟁 동력 핵심인 완성차·조선 등 대공장 노조가 대부분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 서울대병원 노조 정도가 파업을 예고했거나 여지를 둔 상태다.
한국노총도 '노동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정부 심판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와 관련해 '양대 노총 공대위'를 발족한 만큼 민주노총와 호흡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노총 원로급 간부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지난 6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농성으로 구속돼 그의 석방을 요구할 전망이다.
이번 동투는 양대 노총이 공히 정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과거 몇 년 간 노동자대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양대 노총은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공공·금융·교육·노동 등 4대 개혁에 반발해 함께 대정부 투쟁을 벌였다. 이는 2016년 대통령 탄핵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올해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6년여 만에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 충돌할지 관심이다.
경제계는 한 발짝 떨어져서 노·정 관계를 지켜보는 분위기지만 2015년과 2016년에 버금가는 상황이 연출될지 내심 우려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주도하는 대정부 투쟁에 단위 사업장 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생산 차질 등 산업 현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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