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미운털 박힌 애플, USB 케이블 '차별' 논란

성상영 기자 2023-09-23 06:00:00
아이폰 15 프로 등 USB 3.0 케이블 '별매' 패키지 다이어트 '대세'…소비자는 '불만' 악명 높은 정책에도 삼성 이어 점유율 2위
애플이 최근 세계 40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15 프로[사진=애플]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애플이 미국과 영국·일본 등 40개국에 아이폰 15 시리즈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USB 케이블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 맥스에 고속 전송 규격인 USB 3.0을 적용하고도 막상 케이블은 이전 방식인 2.0을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해 일부에서 '케이블 장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USB 3.0 케이블을 둘러싼 '오해'를 받고 있다. 아이폰 15 시리즈는 A16 바이오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일반 모델과 플러스, 최신 A17 AP가 들어간 상위 모델 프로와 프로 맥스 등 4가지로 판매된다. 논란의 주인공은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 맥스다.

애플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라이트닝 케이블이라는 독자 규격을 고수해 왔다. 유럽연합(EU)이 이를 강력하게 제재하면서 애플은 고집을 꺾고 범용 규격인 USB 타입 C(USB-C)로 갈아탔다. 그 덕분에 연결 단자가 달라 충전기를 가려 쓰는 불편이 사라지게 됐다.

USB-C를 채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기본 품목에 포함된 케이블이 문제였다.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 맥스에 내장된 USB 연결 기능이 제 속도를 내려면 3.0을 지원하는 케이블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애플 측은 USB 3이 2보다 최대 20배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한다고 강조했다. USB 3.2 전송을 지원하는 1m짜리 정품 케이블 가격은 8만5000원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클라우드와 무선 전송 기술이 보편화된 지금에는 굳이 유선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일이 매우 드물어졌다. 제조사로서는 불필요한 요소를 넣어 원가를 높일 이유가 없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충전 케이블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올해 3월 갤럭시 S23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45와트(W) 초고속 충전 기능을 넣었는데 기본 제공품에는 25W 속도까지만 충전되는 케이블을 포함시켰다. 초고속 충전을 하려면 45W 케이블을 따로 사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년 스마트폰 신작이 나올 때마다 빈약해지는 구성에 서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선 이어폰이 사라지더니 케이블과 연결되는 충전 어댑터도 슬그머니 빠졌다. 전자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라지만 우회적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무선 충전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 USB 단자마저 사라질 수도 있다. 애플 아이팟이나 삼성 갤럭시 버즈 같은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되면서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에는 3.5㎜ 단자가 없다.

제품 패키지가 점점 단촐해지는 추세라지만 애플이 유난히 눈총을 받는 이유는 그간 이 회사가 쌓은 '업보' 때문이기도 하다. 과도한 프리미엄 정책과 비싼 액세서리,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 등은 이미 유명하다. 일체형 배터리, 이어폰 단자 삭제, 충전기 미지급 등 대부분은 애플이 먼저 했다.

애플이 악명(惡名)에도 아랑곳 않는 데에는 시장 점유율이 뒷배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기준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별 점유율은 삼성전자 22%, 애플 17%, 샤오미 12% 순이다. 아이폰 시리즈 하나로 갤럭시 S·Z·A 등 수많은 제품군을 보유한 삼성과 한 자릿수% 밖에 뒤처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