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게임업계의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마무리되어가는 가운데 이번에도 ‘넥슨’의 독주 체제가 이어졌다. 나머지 업체들은 매출액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이 모두 후퇴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주요 게임사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넥슨을 제외한 국내 게임업계 3N의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과 그라비티를 제외한 게임업체 대부분이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하거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가 신작 부재, 주력 게임들의 매출 하향세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넥슨은 탄탄한 라인업으로 나홀로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 한국 게임 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10곳의 매출과 합산액은 3조284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직전 분기 대비 6% 감소한 결과다. 같은 기준 영업이익 합산액은 40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직전 분기 대비 29%나 급감했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 국내 10개 게임사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넥슨게임즈 △네오위즈 △NHN △컴투스 등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2분기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곳은 넥슨과 위메이드, 컴투스 등 총 세 곳 뿐이다.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은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6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매출액은 9028억원으로 12% 늘었다. ‘피파 온라인4’와 ‘피파 모바일’ 등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스포츠 게임, 서브컬쳐(일본 애니메이션풍) 장르로 일본과 국내에서 흥행 중인 ‘블루 아카이브’,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프라시아 전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선전한 영향이다.
엔씨소프트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3% 감소한 35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 상품이던 ‘리니지’ 모바일 게임 등 매출이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넷마블은 2분기 올해 372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2분기보다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이로써 넷마블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형 흥행 신작 부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했으나 ‘오딘’의 매출 감소로 2분기 영업이익은 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133% 상승한 수치긴 하다. 크래프톤은 1분기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한 크래프톤은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영업이익 1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했다.
웹젠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8% 감소했으며, 네오위즈는 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데브시스터즈, 펄어비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위메이드와 컴투스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두 기업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그라비티의 2분기 영업이익은 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3% 증가했다.
더블유게임즈와 조이시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0.3%, 5934% 증가한 503억원, 48억원으로 나타났다.
게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 실적 부진의 원인은 코로나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축소에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게임 소비자의 지출이 축소되는 환경에서 동일 장르의 경쟁 신작이 연달아 출시되자 실적감소가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2분기 실적 성장을 기록한 넥슨·그라비티 등의 경우 해외 매출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게임株 실적 부진...증권 투자의견 '보유'로 줄하향 '시련의 계절'
2·4분기 실적이 끝나가면서 게임주에 대한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한층 싸늘해졌다. 대부분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연달아 투자의견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최근 한 달(7월 12일~8월 11일) 동안 0.91%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2.80%)나 코스닥(6.03%)의 등락률에 못 미치는 성과다. KRX 게임 K-뉴딜지수는 크래프톤(259960)과 엔씨소프트(036570), 넷마블(251270), 펄어비스(263750) 등 10개 게임주를 모아 놓은 지수다. 개별지수를 봐도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는 한 달 사이 각각 6.91%, 6.23%씩 하락했다.
증권가는 이달 들어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에 대한 투자의견을 줄줄이 낮췄다. 지난 3일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카카오케임즈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4일에는 현대차증권이 컴투스를 '매수'에서 '보유'로 각각 하향했다.
이어 9일에는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넷마블의 투자의견을 '보유'로 한 단계 낮췄고, 10일에는 삼성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엔씨소프트에 대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은 게임주의 반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작 흥행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월 신작 아키에이지워가 출시됐지만 매출이 빠르게 줄었고, 다수의 시작 게임이 나왔던 컴투스는 마케팅 비용 대비 매출 성장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넷마블은 지난해부터 신작의 흥행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신작 출시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오는 11월 지스타가 열리기 전에 글로벌 동시 출시 예정이었던 'TL'의 일정이 연기됐고, 연내 출시 예정이던 전략 모바일게임 '프로젝트G' 역시 내년 하반기로 밀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중국정부가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허가한 만큼 한국 게임에 대해서도 빗장을 열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은 청소년들의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을 중단하다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발급을 재개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국내 게임사의 수출 중 34.1%를 차지하는 곳인 만큼 판호 발급이 게임 업계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3월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 받은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는 순항 중이다. 업계에선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는 최근 일본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며 “기존 중국 판호를 받은 게임들도 지속적으로 진전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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