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반도로 방향 튼 태풍 '카눈'에 산업계 '비상체제' 가동

성상영 기자 2023-08-07 16:28:32
카눈, 10일 남해 상륙 후 한반도 관통 삼성·LG·포스코 등 태풍 대비에 만전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자료=기상청]

[이코노믹데일리] 제6호 태풍 카눈이 '갈 지(之)'자로 동중국해와 일본을 지나 끝내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오면서 산업계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산업 현장에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뒤로 어느 때보다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7일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을 비롯한 주요 기업에 따르면 대부분 장마에 앞서 폭우와 강풍에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과 용인 기흥, 충남 천안, 경북 구미, 광주 등 주요 사업장의 자재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배수로와 우수관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상 대응체계를 재정비하는 한편 건물 출입문과 창문 닫힘 상태를 확인하고 위험이 우려되는 시설물 주변에는 접근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긴 포스코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5월 말 최고 2m 높이 차수벽을 설치했다. 정전과 통신장비 침수에 대비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함께 무선 통신망 복구 훈련도 마쳤다.

포스코는 또한 배수로 슬러지 준설과 배수구 청소 작업, 침수 위험 장소와 빗물펌프장 점검·증설, 저지대 도로 높이 상향 등 재난 대비 프로세스를 상시화했다.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노후 건물 외장재를 교체하고 지붕 배수로를 보수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포함한 사업장이 여름휴가에 들어간 가운데 이달 초 태풍 대비 태세를 갖췄다.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휴가에 앞서 울산조선소를 잇따라 방문해 방파제와 도크 등 시설을 살펴봤다. 권 회장과 정 사장은 임직원에 철저한 사전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 등에 사업장을 둔 LG화학은 공장별로 시설물과 자재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수 상태를 확인하고 낙뢰에 대비한 피뢰·접지 시설 재정비, 비상 조명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자연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평소보다 매뉴얼을 강화하고 취약 시설을 수시로 보수하는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경각심이 커진 분위기다. 지난달 극한호우를 동반한 장마전선이 충청과 경북 일대를 할퀴고 갔을 때에도 이들 지역에 사업장을 둔 주요 대기업은 별다른 수해를 겪지 않았다.

한편 기상청은 태풍 카눈이 내일(8일) 오후 9시 일본 가고시마 남남서쪽 약 170㎞ 해상까지 도달한 이후 10일 오전 9시에는 부산 남서쪽 약 90㎞ 부근 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카눈은 강도 '강'을 유지한 채 한반도를 뚫고 지나가 12일 오전 9시께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