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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도요타 RAV4 PHEV, 하이브리드 명가 역할 '톡톡'

김종형 기자 2023-03-02 10:36:39
하이브리드에 배터리 탑재, 전기차와 비슷한 성향 전기모드 주행 가능 거리 63km...달리며 충전 가능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27.5kgf·m, 경량 운동화 신은 느낌 조작성은 좋지만 나이 들어 보이는 실내 구성은 아쉬워 한국토요타, 전기차 '올인'보단 다양한 동력장치 車 출시 예정

도요타 RAV4 PHEV[사진=김종형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일본 도요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가 올해 5세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로 국내 시장에 다시 돌아왔다. RAV4는 1994년 생산을 시작해 1000만대를 넘게 판매한 브랜드 대표 모델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 2009년 이후 꾸준한 수요를 기록해오다 지난해에는 브랜드 대표 모델로 꼽히는 캠리 이상의 판매량이 나왔다.

RAV4 PHEV는 도요타가 그동안 주력해온 일반 하이브리드와 달리 외부 충전이 가능해 전기자동차(EV)와 비슷한 성향을 갖췄다. 지난달 23일 한국토요타자동차가 마련한 시승회에 참석해 서울 잠실에서 용인 기흥까지 약 50km 구간에서 타본 RAV4 PHEV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갖춰 가벼우면서도 이질감 없는 주행이 가능한 안정적인 모델이었다.

RAV4 PHEV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기의 차체를 갖췄다. 길이 4600mm, 너비 1855mm, 높이 1690mm로 현대자동차 투싼·기아 스포티지와 비슷하다. 차체가 높아 시야를 확보하기 쉬워 운전하기 편하고 적재 용량이나 2열 공간도 충분해 가족용 차(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도요타 RAV4 PHEV[사진=김종형 기자]


전기차 특성을 지닌 구동계 특성상 디자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RAV4 디자인 콘셉트인 '크로스 옥타곤(팔각형 교차)'은 유지하면서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 강조했다. 차량 전반적으로 선과 면이 곧게 직관적인 가운데 전면 그릴은 범퍼와 함께 국내 인기가 높은 유광 검정으로 마감했다. 이번 PHEV 모델 대표 색상 '이모셔널 레드2(빨간색)'는 검정·빨간색으로 마감된 내장재와 함께 역동적인 모습이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RAV4 PHEV 특징으로 △기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전기차 모드 주행 △새 인포테인먼트 탑재 △안전 및 편의사양 강화 등을 들고 있다. 

RAV4 PHEV는 △전기모터만 사용하는 'EV모드' △배터리 충전량을 유지하며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함께 쓰는 'HV모드' △EV모드로 주행하면서 필요할 때 가솔린 엔진 출력을 더하는 '오토 EV/HV'모드 △배터리 충전량이 EV모드로 주행할 수 없는 정도로 떨어지면 엔진 구동력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CHG HOLD모드' 등 4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가장 큰 특징인 전기차 모드 주행(EV모드)은 다른 하이브리드차와 구별되는 장점이다. RAV4 PHEV는 2.5L(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2개 전기모터가 조합돼있다. 전기모터는 전·후륜에 각각 하나씩 탑재돼 합산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27.5kgf·m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내부에 18.1킬로와트시(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 복합 기준 63km까지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다. 시판 중인 동급 PHEV들이 30~50km대 주행거리를 갖춘 것과 비교할 때 우수한 성능이다. 하이브리드 주행 연비도 복합 기준 리터(L)당 15.6km로 준수하다.
 

도요타 RAV4 PHEV 실내 조작 버튼부 모습[사진=김종형 기자]


도심 구간이 많았던 이날 시승회 중 대부분 구간은 EV모드로 주행할 수 있었다. 소음이 거의 없고 출발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는 전기차 특성이 RAV4 PHEV에도 그대로 녹아있었다. EV모드로도 최고 시속 135km까지 가볍게 도달할 수 있어 가속에 답답함이 없었다. 일반 전기차와 달리 EV모드에서 회생제동(감속 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 이질감 역시 크지 않았다.

내연기관 엔진이 개입하면서부터는 주행감이 달라졌다. EV모드로도 주행력이 부족하진 않지만 내연기관 엔진 출력이 더해지면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치솟으면서 강하게 차를 밀어줬다. RAV4 PHEV는 배터리가 들어가 공차 중량이 1930kg에 달하지만 무겁진 않았다. 동급 내연기관 SUV가 일반적인 운동화라면 RAV4 PHEV는 단거리 육상용 경량 처리된 운동화를 신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내연기관 엔진이 개입하면서 소음과 진동이 조금 생기지만 이미 고속에 도달한 뒤로 전기모터의 힘이 보태져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크게 주행모드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오토 EV/HV모드에 둬도 L당 100km에 달하는 주행 연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도요타 RAV4 PHEV 1열(상단), 2열(하단) 모습[사진=김종형 기자]


도요타는 손꼽히는 보수적 브랜드다. RAV4 PHEV에도 2023년 차량에는 작은 8인치대 센터페시아(운전석·조수석 사이 부분)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플라스틱 버튼으로 된 공조 패널도 차량을 나이 들어 보이게 했지만 조작 자체는 직관적이었다. 이번에는 LG유플러스와 협력해 '토요타 커넥트'라는 통합 인포테인먼트를 내놨지만 5년쯤 뒤떨어진 인터페이스로 이를 이용할 일은 별로 없었다. 애플 카플레이는 무선으로 지원하지만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 연결만 지원해 삼성전자 갤럭시 점유율이 압도적인 국내와는 맞지 않는 듯하기도 했다.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동화를 추진하겠다며 순수 전기차만 출시하는 것과는 달리 도요타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도 지속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만큼 전기차·내연기관차 장점을 모두 갖춘 RAV4 PHEV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중립 해법이 전기차에만 있지 않다는 것은 브랜드의 변함없는 정책이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동력 장치의 차량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RAV4 PHEV는 국내에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55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