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박윤영 신임 대표 체제 출범을 앞둔 KT가 최고경영자 인사권을 둘러싼 이사회와 경영진 간 갈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거버넌스 개편 국면에 들어섰다. CEO 권한을 제약하는 이사회 규정 개정에 대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며 제동을 걸면서 이사회 구성과 역할 전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KT는 다음 달 박윤영 대표이사 후보 승인 등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규 사외이사 선임 논의에 착수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이사 교체를 넘어 향후 CEO 권한과 이사회 견제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이날 사내외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전 설명회를 열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이사회 구성 방향을 논의했다. 현재 KT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이 가운데 최양희 한림대 총장,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등 3명의 임기가 올해 3월 만료된다. 여기에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해 최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이해관계 충돌 논란 끝에 퇴임한 조승아 전 이사의 공석까지 포함하면 이번 주총에서 총 4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KT는 정관과 상법에 따라 3월 말까지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박 대표이사 후보 선임과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주주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주총회 소집 통지가 주총일 2주 전에 이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점까지 최종 이사 후보군을 확정해야 한다. 이사회는 이날 논의를 토대로 이르면 10일 다시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 추천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실제 일정 준수 가능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번 이사회 개편의 핵심 관전 요소는 교체 폭이다. 임기 만료 이사들의 연임 여부와 사외이사 전면 교체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는 가운데 주요 변수로는 국민연금의 입장이 꼽힌다. 국민연금은 최근 KT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1월 KT 이사회가 CEO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에 대해 이사회 승인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규정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사회는 CEO 교체기 동안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었지만 이 규정이 사실상 CEO 인사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당 안건에 찬성했던 이사들의 연임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사회는 대내외 비판을 의식해 승인 개념을 심의·의결이 아닌 협의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의 인사 개입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박윤영 대표 체제의 안정적 출범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규정 재정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임기가 남아 있는 사외이사들의 거취 역시 주목 대상이다.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겸 이사회 의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 IT개발 센터장,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등 4명은 지난해 셀프 연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사들이다. 이들 역시 김영섭 대표 체제와의 관계, 차기 경영진과의 조화 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 내부의 퇴진 압박도 거세다. KT 노동조합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이사회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하고 현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사회 운영과 절차의 투명성 강화, 이사회 평가 제도 도입도 함께 촉구했다. 제2노조인 KT 새노조 역시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경영 공백과 법적 리스크를 초래한 책임이 이사회에 있다며 셀프 연임 포기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는 이승훈 이사를 둘러싼 의혹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사는 요직 인사 청탁을 경영진에 요청하고 독일 위성통신 업체 리바다에 대한 투자를 알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사회 구성 논의와 맞물려 해당 사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개편을 통해 박윤영 대표 체제가 출범 초기부터 불필요한 권한 충돌을 겪지 않고 안착할 수 있을지, 혹은 거버넌스 논란이 장기화될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노조의 압박 속에서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가 CEO와 어떤 관계 설정을 택할지가 KT 경영 정상화의 핵심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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