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빌리티 시장이 급변했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사람 간 거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며 이동과 관련한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 자동차 산업과 운수업 등 일부로만 여겨지던 모빌리티 산업에 조선·항공업계까지 가세하며 성장 동력을 더하고 있다. '이동'을 주제로 하는 이 산업들은 철강, 기계, 전기, 전자, 플라스틱, 유리, 고무, 섬유 등 거의 모든 소재·부품 분야와 연관돼있다는 공통점도 갖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조선·항공산업 등 모빌리티 3대 산업 주요 기업들은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을 기록했거나 전년(2021년) 대비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실적이 나빠진 반도체 등 업종과는 달리 주력 사업에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모빌리티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통 모빌리티' 자동차 산업, 현대차·기아 '역대 최고' 실적 경신
자동차 산업에서는 국산차 비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약진이 돋보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 9조8198억원을 기록해 전년(2021년) 대비 각각 21.2%, 47.0% 증가했다. 기아도 전년 대비 매출액이 23.9% 증가해 86조5590억원, 영업이익은 42.8% 오른 7조23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기아가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해외 판매 호조 △친환경차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 등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기아 양사 모두 지난해 해외 판매량이 3~5% 늘어난 점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완성차 생산 공정 대부분을 한 데 모아 수직계열화한 기업이다. 자동차 부품부터 완성차 생산과 판매까지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완성차 브랜드 외 부품·소프트웨어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의 지난해 실적도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섀시, 모듈, 모터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로 전년 대비 24.5% 증가한 51조9036억원을 보고하면서 사상 최초 매출 50조원을 돌파했다.
◆조선업, 적자는 올해로 끝...흑자 전환 전망
조선산업은 전 세계 무역 중 물동량 80% 이상을 차지하는 해상 운송과 연관된 산업으로 크기나 중요성이 간과되는 모빌리티 업종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2021년부터 이어진 훈풍이 지속되고 있다.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한 국내 조선사들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위시한 선박 주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HD현대(구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39억9000만 달러(약 30조4050억원)를 수주해 목표액(174억4000만 달러)을 38% 초과하는 실적을 거뒀다. 대우조선해양은 104억 달러(약 13조1800억원)를 수주해 목표액 89억 달러를 16% 초과했고, 삼성중공업도 94억 달러(약 11조9130억원)의 수주 성적을 거둬 목표액(88억 달러) 7%를 넘겼다.
국내 조선사들은 2015년부터 이어진 조선업 불황 이후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왔다. 지난해에도 조선 3사 중 연간 적자를 벗어난 기업은 없다. 수주 건은 실제 선박 건조 및 인도가 마무리되는 2~3년여 뒤 실적에 반영된다. 본격적으로 친환경 선박 수주를 받기 시작한 2021년 실적이 올해부터 반영되면서 각 조선사들은 연간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항공산업, 화물 수요 대응 및 여행 수요 회복으로 호실적...대한항공 UAM 추진
항공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대외적 요인을 가장 많이 받은 모빌리티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먼저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3조4127억원, 영업이익 2조883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2021년) 대비 각각 53.2%, 96.9%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묶였던 해외 여행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한 결과다.
16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매출 6조2660억원, 영업이익 6220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44.4%, 영업이익은 567.4%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도 코로나 시기 화물기로 개조한 항공기를 다시 여객기로 돌리는 등 여객 수요 대응에 나선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국내 항공사들은 현재 여객·화물 등 기존 수익 구조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대한항공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오는 2025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따라 전용 기체를 개발하는 등 미래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한편 모빌리티 산업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전략사업'으로 언급한 분야다. 정부는 전기·수소차 대중화와 친환경 선박 제조 관련 인력 지원, UAM 등 친환경 및 미래 이동수단을 중심으로 기술 자립과 인력 양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새 정부 출범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왕윤종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현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세계 미래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30년 9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모빌리티 대전환'을 새 정부 핵심 정책으로 설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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