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30일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제약주권이란 의약품 생산 공급에 있어 의존하지 않고 독립성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대,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60%대로 낮은 편에 속한다. 약품의 생산 과정에서 원재료는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경우가 상당수다. 작년 감기약 품절 사태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이 몇 가지 의약품 수출을 제한하며 약을 조달해야 하는 나라는 비상이 걸렸다. 결국 국가가 약을 자력으로 개발·생산·공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결론을 얻었다.
먼저 제약주권을 확립하기 위해선 R&D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R&D 예산은 30조원이다. 이중 보건의료 R&D 예산은 1조 4690억원으로 약 5%에 해당한다. 작년 1조 4687억원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3년 예산이 전년대비 3.0% 증가한 것을 생각하면 비율은 감소했다. 또한 미국의 국립보건원(NIH) 예산이 475달러(약 60조 3000억원)이며 매해 절반 이상의 예산을 연구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또한 제약바이오협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R&D 예산을 분석한 결과 R&D 중 기업 지원은 15%에 불과하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는데 드는 금액을 생각해보면 기업의 부담은 꽤 크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설치도 필요하다. 현재 제약·바이오 산업을 총괄하는 조직은 없다. 신약 개발 과정만 보더라도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부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들이 소통해야 할 현안이 산재해있다. 신약 개발은 빠른 추진력이 중요한데 제약·바이오 업계들은 예산배정과 집행·인허가 등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설치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다. 업계에선 크게 반색했지만, 1년이 다 지나도록 제자리를 맴돌았다. 정부 출범 초기 국무총리의 인준도 늦어졌고, 다섯 달이 다 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의 빈 자리도 채워지지 못한 영향이 컸다. 보건복지부는 신임 장관이 취임한 후 "관계 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아직까지 진전된 상황은 없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코로나 진단키트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K-바이오도 계속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R&D 투자, 컨트롤타워 등의 폭넓은 지원과 낮은 자급률 극복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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