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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뷰파인더] 살아남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신사업·M&A' 탄력

성상영 기자 2022-12-17 07:00:00
신동빈 회장, 쇄신 택했지만 '김교현 유임' 실적 부진, 업황 악화 영향 크다고 본 듯 3분기 최악 적자…신사업 육성 빨라져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성공 '마지막 과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사진=롯데케미칼]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산업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꺼내든 쇄신 카드에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빠졌다. 앞서 교체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신동빈 회장은 김교현 부회장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보여줬다. 김 부회장이 다시 한 번 화학 사업 지휘봉을 잡으면서 신사업과 인수합병(M&A)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다.

유임이 확정된 김 부회장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적자폭 축소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성공이다. 17일 롯데케미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분기(7~9월) 42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2021년) 대비 적자 전환했고 지난 2분기(4~6월) 대비로는 손실 규모가 커졌다.

2분기 연속 적자라는 '어닝쇼크'는 김 부회장 교체설이 제기된 배경이었다. 김 부회장이 2017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롯데케미칼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절정인 2020년에도 1753억원 순이익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1조원을 넘겼다. 초유의 적자 사태는 그만큼 충격이 컸다.

신 회장은 김 부회장을 놓지 않았다. 그룹 내에 그만한 화학 전문가가 없는 데다 최근 실적 악화를 김 부회장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석유화학(석화) 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원가는 상승하며 업황은 급격히 내리막을 탔다. 3분기 LG화학 석화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91.4% 감소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영업이익이 55% 줄었다. 금호석유화학은 63.1%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원재료인 납사 가격이 떨어지면서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부정적 래깅효과(lagging effect·원유 가격 변동으로 발생한 제품 가치의 등락)가 발생했다.

환경 문제와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석화 업계는 부진을 면하기 어려웠다. 석화 업계가 배터리·태양광·반도체 등 첨단 소재와 수소·암모니아 등 대체 에너지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신사업 확대는 김 부회장에게도 큰 고민거리다. 롯데케미칼은 통합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과 더불어 사업별로 첨단소재 대표이사와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각각 뒀다. 올해 3월에는 수소에너지사업단과 전지소재사업단을 신설했다. 신사업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조직 재정비에 나섰지만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 경쟁사보다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석화 기업 롯데케미칼의 탈(脫)석유를 향한 승부수다.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원을 들여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채권시장 경색과 고금리, 롯데건설에 대한 5000억원 지원 등 인수 자금 조달을 우려할 만한 상황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의지를 꺾지 않았다.

김 부회장에게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사실상 마지막 소임이 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내년엔 60대 중반을 넘겨 노장(老將)의 반열에 오른다.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 끝난다. 부회장 유임이 결정된 이상 대표이사를 한 차례 더 맡아 3연임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