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ESG 경영 고도화로 혁신 기업 꿈꾼다, 한국타이어

문은주 기자 2022-03-10 06:00:00
3세 경영 조현범 회장 "지속가능성 강화"...신년사에서 '혁신' 강조 온실가스 배출 11% 감축...ESG·탄소중립 연이어 해외서 우수 평가 스마트 에너지·신기술 활용·자동화 등 신성장동력에 적극 투자할 것"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대표이사 회장 [사진=한국타이어]


[데일리동방] 국내 타이어 점유율 1위 업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는 모양새다.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설립 82년차를 맞는 해이자 조현범 회장의 단독 취임으로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을 강조했다. 자동차의 진화를 앞세운 완성차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등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질 것, 연구개발(R&D)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높일 것 등을 주문한 조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수 ESG 평가 기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성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환경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상품 개발과 같은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안전∙보건∙환경 관련 영역의 투자 확대 등으로 책임감 있는 경영을 지속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사회 내 ESG 위원회 신설...다수 ESG 지표 '우수'

일찌감치 사회 공헌 활동과 윤리 경영, 환경 경영 등에 관심을 가졌던 한국 타이어는 2010년부터 ESG 제반 활동을 관리해왔다. ESG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ESG 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책임 있는 지배구조 △통합 환경 경영 △기후 변화 대응 △지역 사회 참여 및 개발 △투명·윤리 경영 △임직원 가치 창출 △임직원 안전과 건강 관리 △협력사 상생 경영 등 8대 항목을 포함하고 있는 ESG 보고서는 벌써 12권이 쌓였다.

작년에는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지속 가능 경영을 지휘하는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ESG 전략을 운용하기 위해서다. ESG 위원회는 ESG 전략위원회, ESG 운영위원회, ESG 실무협의회로 구성된다. 8개 운영위원회가 주도적으로 ESG 활동을 실행하면 전략위원회가 그 성과를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향후 방향성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글로벌 조직의 ESG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2012년 중국지역본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2018년 미주 지역까지 해외 각 지역에서 ESG 운영 체계를 구축해 현지 상황에 맞게 지역별로 대응하고 있다. ESG 운영에 가이드가 필요한 경우 ESG팀을 통해 적극 지원함으로써 전사적으로 균형 있는 ESG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하는 글로벌 전문 기관들이 늘어난 가운데 연이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6년 연속 월드지수에 편입된 것이 대표적이다. DJSI는 미국 금융정보 회사인 다우존스가 전 세계 2500여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 구조, 리스크 관리, 환경 성과 등을 두루 평가해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평가 지수다. 

2021년 DJSI월드지수 평가 대상인 글로벌 상위 2544개 기업 가운데 이 지수에 선정된 기업은 322곳(12.7%)으로, 국내 기업은 한국타이어를 포함해 21개 기업뿐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산업군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해 전세계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 글로벌이 발표한 ‘2022 지속 가능 경영 연례 보고서’의 ‘인더스트리 어워즈 2022’에서 최고 등급인 골드 클래스에 선정됐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61개 업종에서 7554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산업군에서 100점 만점 기준 78점을 획득해 1위를 차지했다.
 

한국타이어 로고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탄소경영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탄소경영 섹터 아너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CDP는 기업과 도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일정한 지표로 나눠 공개하는 비영리 단체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글로벌 시가총액 글로벌 상위 500개 기업과 국내 상위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ESG 환경 분야에서 기후 변화 대응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신뢰받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기업 중 24개 기업에게만 부여된 리더십(A-) 등급을 획득하며 ESG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 받았다.

◆'필수템' 천연고무 공급망 보호 앞장...친환경 연구∙개발 지속

한국타이어는 최근 인도네시아 폰티아낙 지역 소규모 농가 100여 곳에 1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포름산 6000ℓ를 지원했다. 포름산은 개미나 벌 등의 체내에 있는 지방산의 종류다. 통상 천연고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응고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산(acid)을 사용하는데 값싼 응고제는 환경 오염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 반면 일종의 천연물질은 포름산은 환경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낮춘다. 
 

한국타이어가 천연고무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농가에 친환경 물질인 포름산을 지원했다. [사진=한국타이어]


이런 활동은 지난해 9월 GPSNR 가이드에 맞춰 제정, 공표한 천연고무 정책에 따른 것이다. GPSNR은 천연고무 밸류 체인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천연고무 약 85%가 소규모 농가에서 재배되는 만큼 무분별한 벌채 방지 등 천연고무 가치 공급망을 보호하겠다는 의미를 반영한 활동이다. 타이어 제조업체와 자동차 업체, 고무 재배자 등 100여 곳의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GPSNR 창립 멤버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8년 천연고무 공급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 정책을 제정했던 한국타이어는 이번 개정 작업을 계기로 한층 강화된 가치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천연고무를 주재료로 하는 타이어 제조사지만 직접 천연고무 농장이나 가공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만큼 GPSNR을 포함한 다른 구성원들과의 공동 활동에 참여해 천연고무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저탄소 경영 체계 구축 △공정 에너지 사용 효율 향상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혁신적 감축기술 도입 등 네 가지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특히 타이어 제조 과정뿐만 아니라 차량 주행 시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최소화시켜 연비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노력 등의 친환경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단위 온실가스 감축량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투자 과정에 반영하는 등의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계획 등 명확한 ESG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 가능한 원료 사용 비율도 2050년에 100% 수준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사회 윤리와 국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래형 컨셉 비공기입 타이어 i-Flex [사진=한국타이어]


물류대란 등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타이어는 작년 매출액만 7조원을 넘어서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10.7% 증가한 규모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대란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교체용 타이어 판매 증가와 융통성 있는 지역별 판매 가격 정책 등이 좋은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18인치 이상 고인치 승용차용 타이어 판매 비중이 전년 대비 3.1%포인트 많은 약 37.7%를 차지하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는 효과도 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올해도 18인치 이상 고인치 승용차용 타이어 판매 비중 42% 달성을 목표로 주요 시장 타이어 판매 확대, 프리미엄 완성차 파트너십 강화, 전기차 시장 선점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5월 그룹의 미래 전략 구축과 신성장 동력 발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 '스트림(S.T.R.E.A.M)'을 발표했다. 친환경 배터리 및 신재생 에너지, 전동·전장화 부품, 모빌리티 등 핵심 진출 분야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를 적극 주도하겠다는 취지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가 사업형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면서 스트림을 발표했다"라며 "향후 스마트 에너지, 미래 신기술 활용 사업 다각화, 자동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그룹의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본사 외관 [사진=한국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