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의 끝없는 추락에 러시아 금융당국은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이날 러시아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9.5%에서 20%로 10.5%포인트 인상했다. 루블화 폭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러시아중앙은행은 또 외국인 투자자의 루블화 투매를 막기 위해 러시아 비거주자의 국채 매각도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지했다.
어제 저녁(28일) 러시아 당국은 증권시장 개장 시간을 늦췄다가 결국 휴장하기로 했다. 외환시장에 이어 증시까지 출렁일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벌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RTS 지수는 지난 25일 936.94를 기록하며 이미 고점(1933.59)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러시아 채권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낮췄다. 무디스 역시 러시아 채권에 대한 신용 등급 재평가를 검토 중이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치솟게 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지난달 러시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73% 상승하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도 코로나19로 물가가 급등하며 일반 국민의 경제적 고통은 만만치 않았다. 현지 주민에 의하면 "1000루블(한화 약 1만 4380원)로 살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진 느낌일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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