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출장 마무리한 이재용...'뉴 삼성' 밑그림 방향 주목

문은주 기자 2021-11-24 13:32:27
美테일러 시에 반도체 공장 건설...반도체 비전 2030 속도 구글·MS CEO 등과 잇따라 회동...협업·인사제도 개편 주목
[데일리동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뉴 삼성'의 밑그림이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가시화하면서 이 부회장이 제안했던 '반도체 2030' 계획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달 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서는 수평 문화를 지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파격 감세 조건에 '반도체 2030' 날개 단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 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테일러 시는 삼성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일러 시 측은 향후 10년간 삼성에게 재산세 92.5%를 인하해주고 이후 수십년간 세금을 탕감해주는 등의 혜택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환급 정책 등 지원책과 함께 공업 용수 확보 등의 방안도 마련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도 나왔다.

삼성의 기존 반도체 공장이 있는 오스틴과 불과 40여km 떨어져 있어 기존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떠오른다. 텍사스 지역에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있어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 인재 확보에도 많은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테일러 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고효율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번 라인 건설로 이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언했다.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133조원에 이르는 기존 투자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전문 인력 1만 5000명을 채용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삼성전자는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강화되며 고객사 수요에 대한 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다양한 신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차세대 IT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지털 문화' 확대 전망...유연한 조직 체계로 완성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성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4일부터 약 열흘간 정보기술(IT) 업계와 제약업계 수장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인공지능(AI), 5G 등 신성장동력의 근간 기술에서 협업을 이뤄낼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출장을 마치고 24일 귀국했다. 

왼쪽은 이재용 부회장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회동하는 모습. 오른쪽은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회동하는 이 부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시스템 반도체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올해 말 생산될 것으로 보이는 구글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삼성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의 회동을 갖기도 했다. 16일에는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난 데 이어 17일에는 현지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 미래 성장 동력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서의 협력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5년 만에 나오는 인사 개편안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나가자"라고 언급한 만큼 직급 단순화나 수평적 호칭 등으로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삼성' 구상이 적용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현재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사원 대표, 협의회, 노동조합 등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공형 직급 폐지, 수평적 호칭 시행 등 수평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현행 4단계(CL1∼CL4) 직급 단계와 호칭 등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현재 삼성전자에서는 임직원 간 호칭은 '○○○님'으로 통일하도록 했다.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또는 영어 이름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되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부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인사 제도를 개편하기에 앞서 현재 사원 대표, 협의회, 노동조합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세부 내용은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