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은 지난달 30일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을 공식화했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개발한 B형 간염 치료제다. 부광약품은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레보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부광약품은 중등증 환자 대상인 첫 번째 2상과, 경증과 중등증 코로나 환자 대상인 두 번째 2상에서도 주 평가 변수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부광약품은 레보비르의 추가 개발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부광약품보다 먼저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포기한 회사는 GC녹십자다. GC녹십자는 보건복지부 ‘2020년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신규 지원 대상 과제’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58억원의 지원금을 받고 혈장 치료제 ‘지코비딕주’ 개발에 착수했었다.
당시 GC녹십자 허은철 대표는 “우리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만들어지는 혈장 치료제는 금전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무상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신청한 조건부 허가에 대해 식약처는 지코비딕주의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없다며 불허했다. 조건부 허가가 불발되자 GC녹십자는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하며 개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산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현실적인 지원보단 과도한 기대감으로 개발을 독촉하며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는 대다수 선진국도 개발하지 못하는 분야인데, 국내 여건은 무시하고 당장이라도 성과가 나올 것처럼 밀어붙이는 것 같다”라며 “단순히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보단 구체적인 임상 참여자 모집 계획, 인허가 기간 단축 등 현실적인 지원과 함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업계의 규모나 역량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온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치료제들 대부분이 임상 2상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며 난관에 봉착했다. 종근당의 나파벨탄, 대웅제약의 코비블록,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등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들 모두 임상 2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다만 이들은 부광약품과 달리 계속해서 도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임상에서 반전을 거둘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이외에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 동화약품 등도 코로나치료제 2상을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 시 유독 임상 2상이라는 허들을 넘기 힘든 이유는 2상이 치료 효과와 향후 계획을 판가름하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11~’20년)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간 신약후보 물질은 28.9%에 불과했다. 이는 1상(52%), 3상(57.8%) 성공률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든 임상 과정이 다 중요하겠지만 임상 2상에서 개념 입증을 하지 않은 채 3상으로 진입하면 허가 심사 성공률이 떨어지기에 시간과 비용 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2상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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