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백신특사' 이재용 역할론 커진다

이상훈 기자 2021-08-11 15:08:36
2000명 넘어선 확진자에 백신수급 '비상'…모더나 8월 공급물량 절반 이하 반토막 정부, 이번주 모더나 방문 삼바 위탁물량 확보 추진…이재용 부회장 물밑 협상력 발휘할지 주목 이재용 부회장, 지난해 화이자 백신 확보 때도 '백신특사'로 결정적 역할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데다 여름 휴가철과 광복절 연휴, 초·중·고교 개학 등 위험 요인이 산적해 확진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8월에 도입되기로 했던 미국 모더나 백신 850만회분이 모더나 측의 백신 생산 문제로 절반 이하만 공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차 접종 후 2차 접종까지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연장했다.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올랐다. 당장 현실적인 대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은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물량을 국내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장 이달 말부터 모더나 백신 완제품 시범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일부를 국내용으로 돌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모더나 측과 위탁생산 물량 활용에 대해 협상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0일 취임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이 부회장이 국민 여론과 법무부의 특별한 혜택을 받은 셈이 됐다”고 언급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달부터 국내에서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이 국내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적극적 협의가 필요한데, 이런 역할을 해달라”면서 “반도체 활로를 찾는 역할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기회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코로나 대유행으로 국가 비상상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한번 '백신특사'로 돌파구를 마련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웃돈을 줘도 못구한다'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뒷얘기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화이자 백신 협상은 당초 협상 마무리 시점으로 예정했던 12월 초까지도 소득 없는 논의를 이어갔다. 정부 관계자들이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의 협상 창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아시아 지역 판매를 담당하는 실무 임원진과 백신 조기 도입 협상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들이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의 협상 창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화이자 관련 자료를 살피다 사외이사 명단에서 오랜 기간 교류해 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 이름을 발견했다. 이 부회장은 휴가 중이던 나라옌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옌 회장은 2011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그 해 7월 방한하는 등 인연을 쌓았다. 이 부회장은 나라옌 회장을 통해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사장을 소개받았고, 우리 정부 측과의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2월 화이자 측과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처장 등이 참석한 화상회의가 열렸다. 이때 이 부회장은 화이자가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이를 협상 카드로 제시하도록 제안했다. 이 협상을 성공시키면서 화이자 백신이 당초 예정보다 빠른 3월부터 공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LDS 제조사인 풍림파마텍을 찾아내 금형개발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했다.

정부는 이번주 미국 제약사 모더나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선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중심으로 한 정부 대표단을 이번주 중 미국으로 보낸다는 방침하에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표단 방미에서 삼성바이오가 이달 말부터 시생산하는 물량 일부를 국내에서 활용하기 위해 논의하는 것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우리는 위탁생산을 하는 수급자이기에 고객사인 모더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며 “다만 정부와 모더나가 긍정적인 협상을 이끌어낸다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