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탄소규제 '6대 대응방안' 따져보니…한신평 "LG·롯데·SK 대응수준 높아"

백승룡 기자 2021-09-17 14:19:39
화학업계 온실가스 배출규모 연간 7000만t…수출의존도 높아 해외 탄소규제 영향↑ 한신평, 수소사업·RE100 등 6개 카테고리로 대응방안 분류…여천NCC 등 포트폴리오 한계 "ESG, 지금부터 신용평가 시 중요하게 다룰 과제…업체별 차별화 나타날 것"

[사진=롯데케미칼]

[데일리동방]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대응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G화학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등은 발 빠르게 친환경 사업 재편에 나선 반면 여천NCC, SK어드밴스드 등은 기초유분 중심 포트폴리오로 문제로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환경 규제가 본격화하면 석유화학업체들의 대응 수준에 따라 신용등급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학업체들이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규모는 약 7000만t에 달한다. 제조업 가운데 철강업계(약 1억3000만t)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석유화학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2015~2019년 사이 연평균 3.4%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7월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CBAM)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 석유화학업체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특히 화학업계는 수출 비중이 약 50%에 달해 해외 탄소배출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번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우선 적용 대상 업종에선 화학 제품군이 제외됐지만, 장기적으로는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군에도 탄소국경세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제품 수출물량의 50%가 향하는 중국도 탄소세를 부과하면 국내 업체들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한국신용평가가 환경규제 대응 방안을 △RE100 가입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확보 △바이오 플라스틱 출시 △재활용 플라스틱 출시 △수소 사업 진출 △ESG 관련 기구 설치 등 6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업체별 추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등 3개사가 6개 카테고리 대부분에 참여하고 있어 대응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공통으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추진하고 있고, 이사회 내 ESG 위원회도 설치했다. 수소 사업을 비롯해 재활용 플라스틱 등 친환경 사업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2025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바이오 소재와 재활용 플라스틱,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을 키울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10년간 친환경 사업과 관련해 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수소 사업 투자 비용이 4조4000억원에 달한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생분해성 수지 등 친환경 소재 생산설비, 폐플라스틱 처리 설비 등에 약 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와 달리 여천NCC, SK어드밴스드, 현대케미칼 등의 대응 역량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초유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재활용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다운스트림 제품 개발을 통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다. 한신평은 "중장기적으로 관계사와의 협업을 통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확보 등 추가 대응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종현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직접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친환경·재활용 원료 기반 제품으로의 대체 속도, 그 과정에서의 업체별 대응 전략 및 수익창출력의 변화,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투자 부담이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화학업체들의 탄소배출 규제 대응 현황.[자료=한국신용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