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은 PCR(재활용 플라스틱) 개발을 통해 폐플라스틱의 물리적 재활용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은 고부가합성수지(ABS)를 재활용해 만든 'PCR ABS'를 흰색으로 개발해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7월로 세계 최초다. 플라스틱 원료 중 하나인 ABS는 자동차 내장재를 비롯해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외장재에 사용한다.
LG화학은 고부가 전자제품의 외장소재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를 재활용한 'PCR PC' 사업도 한다. 사업 초기인 2009년 당시엔 재생원료 함량이 30% 내외로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재생원료 함량을 85%까지 늘려도 외관 품질과 물성이 기존 폴리카보네이트(PC)와 같게 만든다. LG화학은 이 PCR PC를 글로벌 IT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자원 선순환' 외에도 '탄소 배출량 저감'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자체 연구 결과 PCR PC의 재생원료 함량을 50%로 했을 때 생산과정에서 기존 PC 대비 탄소 배출량이 40%가량 줄어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PCR PE'(재활용 폴리에틸렌)로 만든 포장 백을 국내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해 지난달부터 롯데케미칼의 제품 포장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 폐포장 백을 회수한 뒤 재사용 할 수 있는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 새로운 포장 백 제작에 투입한 것이다. 이 포장 백에 들어간 PCR PE 함량은 30%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은 여기에 투입되는 재생 플라스틱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월에는 국내 최초로 화장품·식품 용기에 적용할 수 있는 'PCR PP'(재활용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개발해 고객사에 공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올 2월 친환경 사업전략 'Green Promise 2030'을 발표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의 판매량을 100만t까지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이처럼 화학업체들이 플라스틱을 수거해 녹였다가 새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에 일정 함량만큼 첨가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물리적(기계적) 재활용이라고 칭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 물리적 재활용 비중은 93.4%에 달한다.
그러나 물리적 재활용을 거듭할수록 본래의 물성을 잃어 선순환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학업체들은 화학적 재활용 사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완전히 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24년까지 울산 2공장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공장을 짓고, 오는 2030년까지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페트 전체를 재활용 기반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SK종합화학은 미국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푸어사이클 테크놀로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내년 말께 국내 재활용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는 2025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으로, 국내 폐플라스틱 자원 순환 사업 중 최대 규모다. SK종합화학은 이 공장을 통해 연간 약 5만t 규모 폴리프로필렌(PP)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상품 가치가 높은 PP로 생산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열분해 방식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오는 2024년까지 내재화할 계획이다. LG화학도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7일 "기존 석유화학 사업으로는 탄소 배출이 불가피해 이를 상쇄할 방안들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저탄소 제품 개발은 재생 에너지 도입 등과 함께 석유화학업계가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한 축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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