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ESG 중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KCGS의 ESG 평가를 보면, B등급(보통) 이하인 기업이 전체의 68%다. 상당수 기업이 여전히 ESG 경영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이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최저인 D등급을 받은 기업은 상장 908사 중 24개사다. 삼성제약, SG충방, 삼양통상, 사조산업, 한국내화, 대영포장, 세원정공 등은 2년 연속 최저등급을 받았다. 환경등급 최하위를 기록한 기업은 296개사나 된다. 눈에 띄는 결과는 지배구조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환경과 사회 부문 점수도 매우 낮다는 점이다.
◇ 2세·3세 경영권 승계 본격화···"지배구조 더 주목해야"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세,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지배구조(G)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상장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창업주나 그 후손이 직접 경영하는 데 반해 미국은 그 비율이 현저히 낮아지는데, 오랜 자본시장의 역사 속에서 지배구조가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ESG 경영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국내에선 지배구조라고 하면 오너가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어떤 회사가 지분을 얼마나 가졌는지 등 '지분구조'를 많이 떠올린다.
지배구조 평가는 이런 지분구조를 포함해 각 회사의 이사회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얼마나 잘 확보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보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원천인 투명한 지배구조가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발전과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표> 국내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ESG 평가지표 중요도 조사 결과
◇ 전경련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투명한 평가체계 확립 중요"
국내 기업들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여러 곳이 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이런 기관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ESG 투자에 활용한다. 그중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등급평가를 하는 대상은 상장 908사와 비상장 금융 55사다. ESG 등급은 S, A+, A, B+, B, C, D 총 7등급으로 분류한다.
지배구조원 측은 "지배구조 부문은 OECD 모범 기준을 국내 기업 환경에 맞게 차용하고 있고, 사회(E) 분야에서 산업재해가 지속해서 일어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인데 횡령·배임이 드러나면 등급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먼저 지배구조를 평가하기 위해 경영자를 평가하고 보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회사 성장 방향과 일치하는지, 회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모델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 재무제표 등 기업회계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된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사외이사제 도입, 감사 독립성 제고, 회계제도 선진화, 주주 권리 강화, 금융감독체계 정비 등을 기본골격으로 진행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글로벌 시장에선 환경(E)의 중요성이 컸지만,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사회노동(S)과 지배구조(G)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 기업 안팎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국내·외를 나눌 필요가 없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일관되고 투명한 평가 체계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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