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등 고 이건희 회장 상속인들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고 이 회장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주식으로만 19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미술품과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2조~3조원과 현금성 자산 등을 합하면 고 이 회장 재산은 30조원가량이 되는 것으로 재계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가 상속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한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족들은 상속세 규모와 함께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 내용도 밝혔다. 이는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다.
우선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또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또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은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며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유족들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환아를 위해 3000억원 등 1조원을 기부한다.
감염병 대응 기부금 중 5000억원은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이 지원된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간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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