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미래 통합 배터리로 각형을 선택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된다. 우선 중국 시장점유율 1위를 더욱 굳히기 위한 목적이다. 각형은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현지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1위인 테슬라가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해 위협하고 있는 만큼 대응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크게 각형, 원형, 파우치형으로 나뉜다. 이중 각형(삼성SDI)은 대량 생산시 공정단계가 파우치형(LG엔솔, SK이노) 대비 간소해 비용이 절감된다.
물론 각형은 파우치형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각형은 제조 과정에서 기존 와인딩 방식에서 스태킹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스태킹 방식은 파우치형에 주로 적용됐던 기술로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원동력이다.
즉 배터리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상황이다. 또 각형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를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과 성능을 점차 갖추면서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전기차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 각형은 제조업체들도 많아 공급망 우려도 적다. 그만큼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제조원가에서 엔트리 모델 50%, 볼륨 모델 30% 절감을 각각 목표로 하고 있다. 단계별로는 소재 부문(20% 절감) 비중이 가장 크고 셀디자인(15%), 생산공정(10%), 배터리시스템(5%) 순으로 높다. 외부 공급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셀디자인을 각형으로 구성해 표준화한다는 점에서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극명히 드러난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에너지밀도와 설계 자유도다. 특히 후자는 전기차 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표준화 또한 완성차 설계와 디자인 측면 자유도를 높이게 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원형과 폭스바겐이 선언한 각형이 암묵적인 스탠다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 행보로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와 같은 치킨게임 국면에 본격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배터리 제조 기업들의 마진폭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투자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과거에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배터리 업체인지, 완성차 업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등장하고 경쟁강도 또한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 발표로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보다 분명해졌고 원형과 각형으로 선택지가 좁혀지면서 배터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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