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관련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철강산업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1억1700만톤. 국내 배출량의 약 16.7%, 산업 배출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양대 제철사 탄소 배출 절감기술의 핵심은 철광석을 쇳물로 녹이는 과정에 석탄이 아닌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이다. 석탄 사용시 철강 1톤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2톤이 생성되지만 수소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다.
포스코는 철강 제조과정 일부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고유 기술인 파이넥스 공정을 통해 쇳물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수소25%를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수소를 100%사용하는 완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보유하지 못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함께 정부 국책과제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상의 난이도가 상당해 실용화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탄소중립 실현의 또 다른 장벽은 추가 투자비다. 용광로(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을 수소 기술로 바꾸기 위해서는 철강원료, 공정, 설비, 마케팅 등 전통적인 모든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몰비용만 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철소에서 고로(용광로)는 쇳물 제조만이 아니라 후공정(전로, 전기로)에 필요한 열원, 전력 생산을 위한 부생가스를 공급한다. 포스코의 경우 부생가스 발전을 통해 제철소 필요 전력의 60% 이상을 자체 조달할 정도로 의지하는 바가 크지만 수소환원제철에서는 이 이점을 얻을 수 없다. 현대제철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력 자체 조달을 위한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탄소중립은 수소환원제철에 사용되는 수소, 설비 가동 에너지 전반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밝힌 ▲2025년 부생수소 7만톤 ▲2030년 블루수소(화석연료 기반) 50만톤 ▲2040년 그린수소(물 전기분해) 200만톤 ▲2050년 수소 생산 500만톤 비전이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보이는 이유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 2019년 전세계 철강사 최초의 ESG채권을 발행했고, 현대제철은 50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을 지원할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이를 컨트롤할 핵심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탄소중립이행 계획을 발표하며 나섰지만 산업에서의 적용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제시했지만 계획에 뒤따르는 지원정책은 요원한 상황"이라며 "정책은 혁신적인데, 이를 이행할 세부 정책, 투자비 지원, 금융혜택이 언급되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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