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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전쟁, 승자의 저주 패자의 눈물] ③금호석화 최대주주 박철완 상무, 숙부와 분쟁 밀릴 시 선택은

김성욱 기자 2021-02-26 13:12:28
박철완 상무, 금호리조트 반대 명목…시장 승진 불만때문 표 대결 패배시 엑시트 가능성 제기…금호석화 분쟁 소지 지속
[데일리동방] 기업 승계를 놓고 벌이는 가족 간 경쟁을 재계에서 수없이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서는 부친과 막내 – 장남과 큰딸로 편이 갈려 싸으고 있고, 금호석유화학그룹에서는 조카가 숙부의 경영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가족 간에 발생한 분쟁의 결과는 대부분 화해 없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된다. 대부분 분쟁이 그렇듯 형제간 분쟁에서도 패한 쪽은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분쟁의 패자가 시간이 지난 후 오히려 더 승승장구 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금호석화의 분쟁은 부자간・형제 간이 아닌 숙부와 조카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다른 점이 있지만, 양상은 비슷하다.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시작한 경영권 분쟁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나온다. 물론 주총 결과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주주명부 확보로 우호세력 모집 나선 박철완

금호석화는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경영권 분쟁 서막이 오른다.

박 상무는 지난 1월 공시를 통해 박 회장과의 특수 관계에서 이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주주명부 공개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

박 상무는 지난 22일 연관성이 없는 금호리조트 인수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특수 관계를 이탈하고 주주제안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지난해 7월 금호석화그룹 인사에서 박 회장 아들인 박준경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고 박 상무는 승진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 직접적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고 박정구 회장 재임시 차기 총수로 거론됐다. 하지만 고 박정구 회장이 일찍 작고하면서 그룹 경영권은 삼촌들에게 넘어갔다.

박 상무는 특수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신은 사내이사로, 박 상무에 우호적인 인사 4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하는 추천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은 박 상무가 10%, 박 회장이 6.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 아들인 박준경 전무(7.2%)와 딸 박주형 상무(0.8%)가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박 상무보다 4.7%포인트 지분율이 앞선다. 이에 따라 박 상무도 최소 5% 이상의 우호세력을 확보하고 경영권 분쟁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가 주주제안에 고배당 등을 포함한 것도 여타 주주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총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우선 금호석화 측은 박 상무의 고배당 주주제안 자체가 상법·정관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박 상무는 보통주는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금호석화 정관에는 보통주와 우선주 간 차등 가능한 현금배당액을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박 상무가 수정 주주제안을 했지만 주총 6주 전에 주주제안이 전달돼야 한다는 상법상의 문제가 제기됐다.

금호석화 측은 법리와 규정에 맞는지 검토 후 주주총회 상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최종 주총 안건에 상정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박 회장 측도 세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회장은 오래전부터 금호석화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와 국내외 주주들에게 신뢰가 높다는 평이다.

◆박철완, 패배 시 선택 길 별로 없어

주총에서 패했을 경우 박 상무의 거취는 애매해진다. 공식적으로 박찬구 회장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금호석화에 계속 있기 어려울 수 있다. 차기 경영권에서도 동갑내기 사촌인 박준경 전무에 밀릴 수밖에 없다.

박찬구 회장이 과거처럼 박 상무를 받아줄 수도 있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계속 안고가는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렇다고 금호석화그룹을 쪼개 나눠주기도 어렵다.

부친이 경영한 회사였다는 점,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박 상무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지분을 늘리고 우군 확보에 지속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상무가 패할 시 선택은 회사를 떠나는 것은 물론, 더 나가 지분을 처분하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주가 호재를 이용해 주가를 띄워 엑시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석화 주가는 박 상무가 특수 관계 이탈을 선언한 지난달 27일 22만5000원을 기록한 후 급등하면 최고 29만3500원까지 올랐다. 25일 종가는 22만5000원으로 다소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이슈는 언제든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박 상무가 엑시트를 해도 고민이다. 현재 14%가량의 지분으로 그룹을 경영하고 있는데, 박 상무가 10%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 경영권 분쟁 소지가 지속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