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현대차의 E-GMP용 3차 배터리 공급사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 가장 많은 발주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는 잇단 화재로 신뢰성이 떨어졌고, SK이노베이션은 패소와 남은 소송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자사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배터리를 공급할 3차 공급사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1차 수주는 SK이노베이션이 맡았고, 2차 공급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CATL이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번 3차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을 CATL에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CATL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LG는 화재·SK는 패소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CATL이 유력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경우 계속되는 화재로 안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코나EV 화재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에서까지 불이 났다. 배터리가 장착된 버스 지붕 쪽에서 불이 시작된 만큼, 배터리 관련 문제가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현재 1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 코나EV의 배터리셀·배터리팩·배터리시스템을 전량 교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선과의 ITC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도 현대차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선택지다.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앞으로 10년간 리튬이온배터리와 관련 부품에 대한 미국 수입 금지를 명령했는데,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향후 현대차의 미국 진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아직 ITC 특허 소송이 남아있고, 델라웨어 지방 법원 소송과 국내 특허 소송까지 진행 중이며 승소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ITC의 최근 결정이 나머지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또 다른 배터리업체인 삼성SDI 현대차 E-GMP 3차 발주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주력 배터리 모양이 현대차가 선호하는 파우치형이 아닌 각형이라는 점이 결격 사유로 지적됐다. 하지만 CATL도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 확대가 탈락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CATL 선정은 현대차의 중국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카드라는 의견이 많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지난 2019년 중국에서는 순수 전기차를 기준으로 총 136만대가 판매됐다. 같은 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약 220만대임을 고려하면 순수 전기차의 61%가 중국에서 팔린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CATL은 거대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약 52%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주로 구매 혜택을 주고 있고 해외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의 CATL 선택설에 힘을 싣는다.
중국 정부는 최근 그간 전폭적인 지원을 해온 테슬라를 소환해 질타하고 개선 사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다소 부지했던 지난해 중국 판매를 회복하고 해외 전기차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CATL에 물량 과반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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