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LG는 포기했던 돔구장, 신세계 가능성 '솔솔'

김성욱 기자 2021-02-04 15:26:59
고 구본무 회장, 뚝섬에 LG돔 추진…IMF 등으로 포기 신세계, 추진 의사 밝혀…스타필드 연계 수익 확보 가능 2018년 인허가시 '운동' 포함…신세계 "결정된 것 없어"
[데일리동방] 신세계그룹이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돔구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26일 SK와이번스 인수 MOU를 체결하면서 “장기적으로 돔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돔구장은 2015년에 개장해 키움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고척스카이돔이 유일하다. 고척돔을 포함해 우리나라 야구장 주인은 기업이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있다. 10개 구단은 이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돔구장을 건설한다면 국내 두 번째 돔구장이자, 첫 기업 소유 야구장이 된다.
 

[95년 LG그룹이 발표한 돔구장 조감도]

◆LG그룹, 97년 뚝섬부지 낙찰받아 추진

하지만 첫 번째 돔구장이자 기업 소유 야구장을 꿈꿨던 곳이 있다. 바로 LG그룹이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출범시킨 LG그룹은 1994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후 돔구장 건립을 추진했다. 골수 야구팬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이 이어 그룹 회장직에 오르면서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사업이었다.

경마장이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해 공터가 된 서울 성동구 뚝섬 일대 골프장 부지 중 일부를 매입해 돔구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LG그룹은 이를 위해 LG돔㈜라는 회사까지 세웠다.

실제로 서울시는 1997년 3만300여평의 뚝섬 부지를 입찰로 내놓았고 LG그룹은 995억300만원을 써내 대림산업(850억원)을 제치고 낙찰했다.

LG그룹은 총 300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6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돔구장과 각종 스포츠시설과 놀이기구 등 레저시설은 물론 컨벤션센터, 생태공원 등이 포함된 대규모 체육공원 설립 계획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그룹의 돔구장 설립 계획은 수포가 됐다.

우선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주변 부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LG그룹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발생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LG그룹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서울시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돔구장 추진이 어려워졌고, 결국 그룹 내에서도 추진 연기가 아닌 완전 취소를 선택했다. 몇천억원을 투입했다가 LG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기업 입장에서 몇천억원을 투입해 돔구장을 건설하더라도 수익을 보장할 수는 없다. 국내 프로야구가 팀당 144경기를 치르지만 홈경기는 72경기에 불과하다. 경기만 생각하면 1년 중 5분의 4는 비어있을 수밖에 없다. LG그룹도 당시 돔구장 건설하는 데 들어간 자금회수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타필드 청라, 건설 공간 충분

이런 측면에서 신세계그룹의 돔구장은 어느 정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신세계그룹 돔구장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 인천청라국제도시 부근에 건설 중인 ‘스타필드 청라’이기 때문이다.
 

스타필드 청라 조감도[출처=인천경제자유구역 홈페이지]

스타필드 청라 전체 부지는 16만3362㎡(약 4만9000평)에 달한다. 이는 2019시즌에 개장한 창원NC파크(2만4057평)보다 2배나 넓다. 이곳에는 스타필드 외에 호텔과 테마파크 등도 들어설 예정인데 그 규모는 6만9396㎡에 불과하다. 돔구장을 따로 지어도 될 만큼 공간은 충분하다.

스타필드 청라는 지난해 착공에 들어갔으며 오는 2024년 완공 예정이다. 반면 현재 SK 와이번스가 사용하는 SK행복드림구장 계약기간은 2023년에 끝난다. 돔구장까지 2024년 3월 초에 완공된다면 새 구장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전혀 없다.

돔구장이 들어설 경우 설계 변경과 이에 따른 추가 자금투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운동시설 설립에 따른 용지변경 인허가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19년 스타필드 청라에 대한 교통영향평가 심리 결과를 조건부 통과를 결정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스타필드 청라가 판매, 운동, 문화 및 집회, 숙박 등 복합용도로 건립된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운동시설이 포함돼 있어 용지 변경 등의 절차는 필요 없다.

신세계그룹 측은 돔구장 설립을 위한 구체적 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스타필드 청라에 돔구장이 함께 들어설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돔구장에 대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인허가 등의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 구 회장이 꿈꿨던 국내 첫 돔구장은 IMF가 불러온 유동성 문제에 의해 좌절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고 구본무 회장만큼이나 야구 광팬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 돔구장은 스타필드라는 쇼핑몰과 연계하면 일본의 도쿄돔처럼 1년 내내 사람이 북적이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2의 돔구장 꿈이 야구팬을 흥분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