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커머스 대지각변동] ⑤ 출혈경쟁에 소매유통까지 뛰어든 배달앱…'요기요' 매각 촉각

백승룡 기자 2021-02-01 17:38:30
'배민' 독주 속 2위 '요기요' 매물로…틈새 노리는 '쿠팡이츠' B마트·요마트 등 자체 소매유통 진출…유통플랫폼에 도전장
지난 2018년 100조원을 넘어선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0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도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온라인유통 매출액은 전체 유통업태 매출액 가운데 49.3%를 차지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잠식하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날개를 단 배달앱 시장은 올해 치열한 시장재편이 예정돼 있다. 국내 배달앱 1·2위 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요기요'가 손을 잡으면서 '독과점'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 틈을 비집고 급성장하고 있는 '쿠팡이츠'도 올해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선두경쟁에 나선다.
 

[사진=배달의민족 제공]

◇ 주인 바뀌는 배달앱 1·2위…틈새 노리는 쿠팡이츠

1일 업계에 따르면 DH는 올 1분기 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인수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올 상반기까지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DH·우아한형제들 간 기업결합 조건으로 '요기요 6개월 내 매각'을 내걸었다.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만 6개월 추가 연장이 허용된다.

DH는 요기요 매각을 위해 롯데·신세계 등 유통업체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SK 등을 대상으로 물밑협상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요기요를 인수하는 업체는 단번에 배달앱 시장 2위로 등극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9년 기준 △배달의민족 78.0% △요기요 19.6% △배달통 1.3% 등으로 집계됐다. 2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요기요의 몸값이 향후 매각과정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입장에서는 플랫폼 위상 강화를 위한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면서 "네이버는 국내에서 네이버 예약을 통해 숙박뿐 아니라 식당예약도 진출한 상태로, 인지도가 낮은 네이버 간편주문을 단번에 2위로 끌어올리며 플랫폼 서비스 간 시너지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딜 추진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카카오는 카카오톡 연동으로 인수 후 1위와의 갭을 빠르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모빌리티, 구독경제에 이어 생활밀착형 서비스 라인업 강화의 니즈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인수합병을 앞두고 분주한 틈을 타 쿠팡이츠는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 쿠팡이츠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빠른 배달 속도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기에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배달 속도와 예측 신뢰성을 자랑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대전·울산 등 일부 광역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쿠팡이츠는 지난달 대구·광주시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이달에도 김해·마산·창원 등 경상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제주도 등으로 연내 서비스지역을 전국으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2019년 5월 론칭한 쿠팡은 지난해 배달통을 밀어내고 배달앱 시장 3위로 올라선 상태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쿠팡이츠의 월사용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 27만명에서 12월 284만명으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같은기간 2위인 요기요가 725만명에서 774만명으로 정체된 사이 격차를 크게 줄이고 있는 것이다. 쿠팡이츠의 서비스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이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소매 유통사업 진출한 배달앱…편의점 등 자영업자 반발 '변수'

배달앱 업체들은 사업영역을 넓히며 자체 소매 유통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간편식·신선식품 등 장보기 상품을 직매입해 30분에서 1시간 내 문 앞까지 배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 요기요는 '요마트'를 내세우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1월 론칭한 B마트는 지난해 8월 기준 매출액이 963.3%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면서 "배달의민족은 배달전문점 서비스에서 일반식당 배달대행, 식자재 배달까지 3단계로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기요도 지난해 9월 요마트를 론칭, 도심형 물류거점에서 30분 내 고속배달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현재 서울 강남점을 시작으로 송파, 도곡, 관악 등으로 배달 거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11번가가 SSG닷컴과 손잡고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배달앱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기존 유통플랫폼·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경쟁구도로 바뀐 셈이다.

다만 B마트·요마트는 편의점과 취급하는 상품이 다수 겹쳐 지역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도 하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B마트·요마트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 전통적으로 소매업종에서 취급하는 식재료와 생활용품, 애견용품을 집중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의 붕괴가 필연적"이라며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골목상권과 중소 유통망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배달앱 업체 측은 "편의점에서 다루는 상품을 모두 다룰 수도 없고, 일반 편의점에서 안 팔거나 못 파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취급하려고 한다"고 반박하지만, 배달앱 업체의 소매 유통 서비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어 향후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진=요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