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커머스 대지각변동] ③ '유통맞수' 롯데온 vs 쓱닷컴…이커머스 '격돌'

백승룡 기자 2021-01-22 09:48:12
롯데쇼핑 7개 계열사 통합한 롯데온(ON)으로 온라인 승부수 신세계 '쓱닷컴', 온-오프 통합 시너지에 총력…그룹계열사들과도 협력 체계 구축
지난 2018년 100조원을 넘어선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0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도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온라인유통 매출액은 전체 유통업태 매출액 가운데 49.3%를 차지해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잠식하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백화점부터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 각 오프라인 시장을 두고 오랜 '맞수 경쟁'을 펼쳐왔다. 이들은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각각 롯데ON(롯데온)과 SSG닷컴(에스에스지닷컴)을 출범, 온라인 유통시장을 두고 또 한 번 맞붙게 됐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쌓은 역량을 기반으로 네이버·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를 갖춰나가고 있다.
 

[사진=SSG닷컴 제공]

◇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나선 SSG닷컴…11번가와 '적과의 동침'도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쌓은 기반을 장점으로 활용, 타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화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SSG닷컴은 지난달부터 이마트 성수점과 서수원점을 대상으로 '매장픽업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SSG닷컴에서는 하루 배송량이 14만건을 넘기면 당일배송 주문이 마감되는데, 배송일을 늦추는 대신 가까운 이마트에서 픽업하기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SSG닷컴은 이마트 덕을 톡톡히 봤다. 물론 일부 타 이커머스업체들도 직매입을 통해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SSG닷컴은 이마트라는 국내 최대 마트를 기반으로 소싱력이나 신선도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든든한 우군이다. 온라인 명품 거래 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 오픈마켓과 달리, SSG닷컴은 신세계백화점에서 직접 배송해 믿을 수 있는 명품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SSG닷컴은 스타벅스 온라인몰을 오픈한 데 이어 조선호텔앤리조트(舊 신세계조선호텔) 레스토랑 밀키트·가정간편식을 단독으로 출시하는 등 그룹 계열사를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11번가에 입점해 '오늘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며 '적과의 동침'까지 나섰다. 11번가는 서비스 카테고리를 확대할 수 있게 된 동시에 SSG닷컴은 고객층을 넓힐 수 있어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지난해 10월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게 되면서 그룹 온·오프라인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방향성이 부쩍 강화됐다"면서 "SSG닷컴이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그룹 관계사들의 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3월 출범한 SSG닷컴의 거래액은 △ 2019년 1분기 6527억원 △2분기 6581억원 △3분기 7195억원 △4분기 8429억원 △2020년 1분기 9170억원 △2분기 9317억원 △3분기 9803억원 등으로 매분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 뒤늦게 온라인 진출한 롯데ON…배송시스템 강화해 편의성 높인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군림했던 롯데그룹은 최근 전반적인 실적부진 만큼이나 온라인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진출시기부터 늦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옴니채널(omni channel)을 강조한 것이 2014년 무렵부터인데도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은 지난해 4월에서야 출범했다. 이미 네이버와 쿠팡 등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데다가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을 출범시킨 시기보다도 1년이나 뒤쳐졌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도 "롯데그룹은 코로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유례없는 실적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롯데쇼핑은 유통업의 구조 전환 이슈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부진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출범한 롯데온은 SSG닷컴과 유사하게 백화점·대형마트를 활용한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온은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제품을 구비한 데 이어 베르사체, 아테스토니, 처치스 등을 단독으로 입점시켰다. 또한 신선식품 등 그로서리 품목을 강화해 장보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롯데온은 △한 시간 배송 잠실(잠실 2km 지역 한 시간 내 배송) △바로배송(주문 후 두 시간 이내 배송) △새벽배송(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 △스마트픽(온라인 주문 후 매장 수령) 등 배송시스템을 강화해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세미다크 스토어'를 통해 대형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한 데 이어 '드라이브 스루' 등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장보기 수요 증가에 맞춰 그로서리를 중심으로 상품을 강화해 유입 고객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면서 "오프라인에서 구축한 체계적인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차별적인 편의성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온의 월 매출액은 출범 당시인 지난해 5월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다만 롯데 측은 구체적인 매출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진=롯데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