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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롯데호텔, 흔들리는 크레딧...자금조달 여건 악화일로

이성규 기자 2021-01-05 15:17:32
1000억 규모 2년 만기 CP 발행...지난해도 CP로만 4000억 조달 체질 개선 노력 부재ㆍ그룹 지배구조 개편 집중에 차입금 급증

[사진=부산롯데호텔]

[데일리동방] 부산롯데호텔이 기업어음(CP) 시장 문을 재차 두드린다. 여전히 공모 회사채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체질 개선 노력 부재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관여하면서 차입금은 급증한 여파다. CP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마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부산롯데호텔은 오는 8일 2년 만기 1000억원 규모 CP를 발행한다. 조달된 자금은 오는 4~5월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상환에 쓰인다.

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에도 CP를 통한 자금조달에 의존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 한해 동안 CP로만 4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도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CP 발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작년 11월 CP등급이 A1에서 A2+로 강등되는 등 조달 여건은 악화되는 모습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이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지만 주력 사업인 호텔과 면세업은 회복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는 탓이다. 특히 고정비 부담이 높은 사업구조는 아킬레스건이다.

부산롯데호텔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실적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 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으로 면세 부문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부산호텔롯데의 체질 개선과 미래를 위한 전략보다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했다. 2014년까지 순차입금 제로 기조를 유지했지만 2019년 말에는 286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5월에는 롯데렌탈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TRS(토탈리턴스왑) 관련 정산(1100억원)으로 자금이 유출됐다. 롯데푸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각각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 매각해 유입된 자금으로 대응했지만 실적 급감으로 순차입금은 작년 9월 말 기준 4232억원으로 확대됐다.

부산롯데호텔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각종 비용 등을 커버하는 등 안정적 경영을 자랑했다. 이를 기반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관여했지만 오히려 피해만 본 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뒤늦게 그룹 호텔과 면세 사업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실상 기업이 통제 불가능한 외생변수(코로나19) 탓에 회복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차입금 상환과 유동성 대응은 보유자산 매각 등으로 가능한 수준이지만) 차입금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며 “호텔·면세업 특성상 시장 조달에 최대한 의존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