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인수한 시애틀 특급호텔(롯데호텔 시애틀)을 이달 말 오픈한다. 롯데호텔 시애틀은 롯데 뉴욕팰리스와 롯데호텔 괌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에서 영업을 개시하는 호텔이다.
호텔롯데는 영국과 일본 등에서도 그 영역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사업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공격적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역발상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올해 신규 호텔 오픈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 세운 계획이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향후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텔롯데 경영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롯데그룹 지배구조가 있다. 지배구조개편 마지막 열쇠로 지목되는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는 외형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는 탓이다. ‘무리수’라고 주장하는 쪽은 신동빈 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에만 몰두해 호텔롯데 사세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호텔롯데는 올해 2분기 누적 연결기준 342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적자전환(-840억원)하면서 현 사태 심각성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국내외 사업확장에 더해 계열사 지분인수 등으로 잉여현금흐름(FCF, -6789억원)과 내부순현금흐름(ICF, -6449억원)도 악화됐다. 자체 조달이 가능한 자금력을 나타내는 ICF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은 추가 차입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공모채, 사모채, 기업어음(CP)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조달에 나서고 있다. 현재 호텔롯데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하향 기준을 일부 충족하고 있다.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가운데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6조5060억원에서 올해 2분기에는 7조5688억원으로 무려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등급 강등을 피할 수 없다.
호텔사업을 확장해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호텔롯데 매출액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면세사업부(80% 이상)이며 마진율은 30%가 넘는다. 호텔사업부는 마진율 20%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액 대비 10% 안팎에 불과하다.
호텔사업 확장은 면세 부문에 집중된 매출 비중을 완화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면세사업 대비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도 위안이 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 설령 사태가 종식돼도 이전 라이프스타일이 유지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은 불안요인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호텔롯데 등급전망이 ‘부정적’이지만 사업 확장과 동시에 지분매각 등도 진행하고 있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면세사업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호텔과 면세사업을 주축으로 한 실적 개선에 이은 기업공개(IPO)다. 자본유입을 통해 급격히 늘어난 부채를 축소시키면 등급 강등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본 기업’ 꼬리표도 떼는 것과 동시에 신동빈 회장 그룹 지배력은 더욱 강해지고 확대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호텔롯데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며 버티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지주가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가 사들이는 방법이다. 그 대상으로는 롯데지주 영향력이 낮거나 아예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실제로 롯데지주는 최근 롯데푸드 지분을 호텔롯데로부터 추가로 매입했다. 롯데푸드는 연결기준 롯데지주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향후 롯데지주 매출과 자산 등 장부가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계회사로 분류돼 있는 롯데쇼핑, 롯데칠성 등 지분율 변화도 주목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IPO 후 롯데지주와 합병까지 고려하면 롯데지주가 호텔롯데를 향한 전폭적 지원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호텔롯데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그룹 전반 신용도를 위협하게 돼 이를 막아야 하는 유인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호텔롯데 투자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고 이를 그룹차원에서 대응한다는 그룹 지배구조개편의 큰 골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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