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불공정 합병 논란이 일고 있는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들이 결국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엠엔소프트의 기업 가치가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등록돼 300명 이상이 참여한 상태다.
22일 현대엠엔소프트 주주 커뮤니티에 따르면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현재 불공정 합병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대엠엔소프트 주주 커뮤니티 대표는 데일리동방과의 메일을 통해 “현재 주주 100여명이 모여 변호사를 선임, 법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들이 소송에 나선 것은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의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게 책정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합병을 결의한 현대오토에버와 엠엔소프트의 합병비율은 1대 0.958이다. 현대엠엔소프트 자본총액은 2089억원이고 현대오토에버의 자본총액은 5426억원임을 고려하면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들에겐 득이 되는 비율이다.
문제는 발행주식 수다. 현대엠엔소프트 주식 수는 414만5000주, 현대오토에버는 2100만주다. 자본총액을 발행주식총수로 나눠 1주당 자본총액을 계산하면 각각 5만404원, 2만5836원이 나온다. 현대엠엔소프트가 오토에버의 1.95배다.
1주당 자본총액으로만 보면 현대엠엔소프트 주주들은 현대오토에버 주식을 약 2주 받아야 하는데 0.95주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현대엠엔소프트가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이다. 비상장 기업의 경우 현행법상 시장가치가 아닌 회계 평가 등만으로 가치를 산정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대엠엔소프트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지적이다.
세법 등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이라 하더라도 객관적 교환가치가 반영된 주식 거래 사례가 있을 경우 그 가치를 시가로 보거나 반드시 참고하여 시가와 평가의 차이를 조정해야 한다. 현대엠엔소프트의 경우 최근 주가가 14만원대까지 올라갔었지만 가치 평가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반면 현대오토에버는 주가가 2만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지난 3월에 비해 5배 이상 오른 것이 반영돼 합병가액이 8만4000원대로 산정됐다.
소액주주 측은 “현대엠엔소프트는 비상장 기대주라 올해 증권거래 앱과 국세청에 쌓인 거래만 수백 건인데 이 모두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지난 3년간 매출은 약 2배·영업이익은 2.5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합병을 위한 기업평가에서는 현대엠엔소프트의 미래 5년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약 30% 증가하는 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성장성이 현저히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소액주주 커뮤니티 대표는 “자율주행 원년을 맞는 지금 자율주행 관련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업의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는 평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내용으로 국민청원까지 올렸고, 현재 320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현대엠엔소프트의 불공정 합병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은 9.57%로, 지분율로만 보면 현대글로비스 다음으로 높다. 이번 합병으로 정 회장의 지분율은 2.13% 소폭 줄지만 자산은 25%가 늘어나 경영승계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실탄’이 생긴다.
합병을 통해 오토에버 가치를 키우면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 측은 외부 기관을 통한 공정한 평가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합병비율 문제가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현대차그룹은 ‘총수를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시켰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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