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호텔ㆍ쇼핑, 주력사업 "휘청"…롯데그룹, 신용도 "흔들"

이성규 기자 2020-10-29 14:35:30
쇼핑과 호텔 신용등급 강등 시 그룹 전체 타격 불가피 외부 자금조달에 민감한 그룹 사업구조 한계점 노출 호텔롯데 IPO 추진…상황 여의치 않자 무기한 연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롯데그룹 신용도 방향의 키를 쥐고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대한 늦은 대응은 물론 그 근간마저 흔들리는 분위기다. 그룹 통합신용도 안정성이 위협을 받으면서 계열사들도 좌불안석이다. 대부분 외부 자금조달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쇼핑과 호텔 등급 강등 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쇼핑 예상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43% 감소한 16조4888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97% 줄어든 2627억원으로 전망된다. 당기순이익은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식품 수요 증가로 마트 부문은 기대 이상의 실적이 예상된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이자 성장 동력으로 지목되는 ‘롯데온(ON)’의 존재감은 미미한 상황이다. 뒤늦게 추진한 온라인 강화는 경쟁 온라인 쇼핑몰들과 시장 점유율 격차만 확인해준 꼴이다. 간극을 줄이려 해도 막대한 비용 수반이 불가피해 수익성 제고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현재 롯데쇼핑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구조조정뿐이다. 마트와 슈퍼 등 폐점 비용을 충당금으로 선반영하면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버티기’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쇼핑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신용도를 지탱하는 근간 중 하나라는 점이 시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는 호텔롯데다. 기업명처럼 ‘호텔’이 주력사업은 아니다. 매출의 80%를 면세 사업이 담당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4840억원을 기록해 지난 4월(9867억원) 이후 5개월째 증가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면세점은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 ‘글로벌 1위’라는 수식어는 소위 말하는 따이공(소규모 면세품 보따리상)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코로나19가 국내 면세점을 직접 타격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하이난 면세점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같이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져도 이전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모두 기존 시장 지배력을 잃었지만 앞으로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특히 호텔롯데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 지배력을 낮추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주력 사업인 면세 사업 근간이 흔들릴 조짐(하이난 면세점 성장)까지 보인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IPO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호텔롯데가 IPO에 실패하는 것은 롯데그룹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또 호텔롯데 상장은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그룹 신용도를 방어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부정적’ 등급 전망을 보유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각각 한 단계 강등되면 AA-를 부여받는다. 여전히 우량등급에 속하는 만큼 시장 조달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다만 금리 등 조달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다. 향후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롯데그룹에 비용부담 증가는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강등은 그룹 통합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계열사들은 통합신용도를 기반으로 유사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자체 신용등급 대비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부여받는다.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 중 계열지원가능성이 반영된 곳(호텔롯데, 롯데쇼핑 제외)은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자산개발,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비금융 4개사와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롯데캐피탈 등 금융 4개사다. 금융사들을 제외해도 대부분 외부조달과 금리 수준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중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렌탈 등은 각각 롯데쇼핑, 호텔롯데에 서로 영향(경쟁력, 유동성 등)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롯데그룹이 여타 그룹과 비교해 관련 기업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계열사 채권은 시장에서 등급 대비 높은 금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롯데그룹은 시대 변화의 대응이 느리다”며 “계열사 간 지분거래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