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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에 160조 쏟아붓는데…'글쎄?'

주진 선임기자 2020-07-14 23:32:23
디지털·그린·고용사회안전망 3대 축… 2025년까지 160조 투자·일자리 190만개 창출

[사진=청와대]


정부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그린 뉴딜과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1000개를 만드는 ‘한국판 뉴딜’에 시동을 걸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5G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뉴딜에 58조2천억원,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에 73조4천억원 투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28조4천억원을 배정했다.

뉴딜의 목표는 산업경쟁력과 성장 잠재력 강화이지만 최종 지향점은 민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새로운 100년의 길을 더욱 빠르게 재촉하고 있다"며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을 토대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워 세계사적 흐름을 앞서가는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포용사회로의 대전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는 머뭇거리거나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그 도도한 흐름에서 앞서가기 위한 전략이 한국판 뉴딜"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과제로 △데이터 댐 △지능형(AI)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단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을 지목했다.

 

[자료=기획재정부]


◇2022년 전국 초중고에 고성능 와이파이…공공데이터 14만개 개방

먼저 일자리 90만3천개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의 주요 사업을 보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 차원에서 공공데이터 14만개를 공개해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8천400여개 기업 데이터의 바우처를 제공한다.

100만명의 바이오 빅데이터로 희귀 난치병 극복과 새 부가가치화에 나서고, 1·2·3차 전 산업에 5세대 이동통신(5G)과 AI를 융합한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이날 보고대회에서 "데이터의 가능성과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네이버이기에 데이터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우선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가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하려 한다"며 "이 데이터가 AI 연구와 여러 산업에 자유롭게 활용돼 4차 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중고교에 고성능 와이파이를 100% 구축하고, 스마트병원 18곳을 구축하며 폐암·당뇨 등 12개 질환별 인공지능(AI) 정밀 진단이 가능한 체계(Doctor Answser 2.0)을 갖춘다.

관심을 모았던 '원격 의료' 관련 내용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의료계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비대면 의료' 제도화를 추진하되 상급병원 쏠림 등 의료계 우려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만 밝혔다.

도로·항만 등 국가 SOC·인프라 관리시스템을 디지털화하고, 스마트시티·스마트산단 등 도시와 산단공간을 디지털화한다. 물류체계를 고효율 지능형 시스템으로 전환해 자율주행차, 드론 등 신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다.

 

[사진=청와대]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차 133만대 보급

'그린 뉴딜'에는 73조4천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65만9천개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어린이집, 보건소 등 노후 건축물 23만호부터 제로 에너지화에 나선다. 또 스마트 그린도시 25곳을 조성하고, 학교 리모델링 등 그린 스마트 스쿨을 집중 추진한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해선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고, 노후 경유차 116만대 조기 폐차를 지원한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한다.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차원에선 스마트 그린 산단 10곳을 조성하고 스마트 생태 공장 100곳, 클린 팩토리 1천750곳을 각각 만든다.

2025년까지 드론·인공지능 기반 유해화학물질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된 스마트산단 15개소를 구축한다. 공장별로 오염물질 배출 특성을 분석하고 오염을 줄이는 설비와 기술을 지원, 총 1천750곳의 '클린 팩토리'를 조성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국민보고대회에 영상 연결로 출연해 "2025년에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며 5년 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업체로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내년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가 출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 뉴딜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사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차그룹은 제로 탄소 시대를 위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정부의 그린뉴딜 계획안은 핵심 내용이 빠져 제대로 된 그린 뉴딜로 보기 어렵다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문 대통령의 그린 뉴딜 관련 발표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없고, 개별적인 사업 육성안 나열에만 그쳤다"며 "크게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정부의 그린 뉴딜 종합계획안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커녕, 기본적인 기후위기 인식조차 결여"된 안이라며 특히 구체성이 없어 평가 가치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고용보험 가입자 2천100만명으로 확대

한편,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는 28조4천억원을 투자해 새 일자리 33만9천개를 만든다.

먼저 고용안전망 분야에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프리랜서들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1천367만명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2025년 2천10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2차 고용안전망인 국민취업 지원제도도 내년 1월부터 도입한다. 이런 고용안전망 강화에 2025년까지 12조2천억원을 투입한다.

사회안전망 강화 분야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폐지하고, 한국형 상병수당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해 2022년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긴급복지 지원 규모도 늘린다.

사회안전망 강화에는 2025년까지 모두 11조8천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사람투자 차원에서 도서·벽지 등 1천200개 농어촌 마을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AI·소프트웨어 핵심인재 10만명과 녹색융합 기술인재 2만명을 양성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사진=청와대]


◇민간 투자 이끌어 낼 규제 개선 등은 구체적인 계획에서 제외돼...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놓은 한국판 뉴딜을 좀 더 구체화 한 것에 불과하다. 

당시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그린 뉴딜과 함께 전 국민 고용보험과 일자리 확충 등 휴먼 뉴딜을 기본방향으로 2025년까지 76조원을 투입해 55만개+α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나온 종합계획을 보면 국비 투입은 114조1천억원으로 약 38조원 늘렸다. 여기에 지방비 25조2천억원, 민간투자 20조7천억원을 더해 총사업비를 160조원으로 키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보고대회에서 "한국판 뉴딜은 재정투자가 중심이지만 규제 혁파와 제도 개선 과제도 함께 추진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뉴딜의 성공 여부는 협업과 실행에 달렸다"며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도록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설치하고 관계장관회의를 여는 등 협업 강화에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재정과 제도를 뒷받침하고 민간이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기 위해선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 막는 규제 혁파와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규제 제도 개선 문제는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번 계획안에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다. 실효성,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국판 뉴딜이 경제 전반의 혁신 활동을 촉발할 수 있으려면 과거 산업화 시대에 설계된 낡은 법과 제도의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에서 '법제도 혁신'이라는 후속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정부는 개별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스타트업에 기술 및 제품의 실증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지속해서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전통 제조기업이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