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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검찰 “수사에 만전” 변호인 “혐의소명 안돼”

이범종 기자 2020-06-09 07:23:37
법원 ‘불구속재판’ 원칙 강조 검찰 “수사에 만전” 변호인 “혐의 소명 안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9일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예고했고 이 부회장 측은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전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장고 끝에 세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부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영장 기각 직후 귀가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보강 수사 의지를 알렸다.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입장을 내고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어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 로 풀려난 그는 2년 4개월 만에 찾아온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6일과 29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해당 의혹들이 이 부회장 경영 승계와 연관이 깊다고 본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을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구 기간인 2015년 7∼8월에 호재성 정보를 집중 공개하고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본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의혹도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내고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정해둔 가격에 주식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원 부채를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4조5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모회사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회계사기라는 의심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시세조종·분식회계 관여 관련 보강 수사에 나선다. 이 부회장 측이 2일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첫 단계인 부의위원회는 11일 열린다. 외부인 시각에서 검찰 수사를 기소 타당성을 검토해달라는 취지다. 이날 본격 심의가 결정되면 향후 현안위원회가 이 부회장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