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달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정몽구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김상현 전무(재경본부장,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다.
정몽구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온 이유는 책임경영 실천이다. 그러나 이사회는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는 것은 투명성 확보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특히 총수 일가가 의장을 맡으면 내부거래 등 사익 편취 등 견제가 어려워진다.
현대차는 투명경영위원회를 통해 이를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 보상위원회 혹은 보수위원회도 설치되지 않아 감시도 어렵다. 실효성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집중투표제는 차치하더라도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등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 전문경영인 체제 선호, 주주 행동주의 등 불합리한 기업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이 된다면 그를 향한 시선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간 정의선 부회장 행보를 보면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가 기대된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구성원 수를 기존 9인에서 11인으로 늘렸다. 주주권익 확대와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도 도입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진행하고 있으며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흡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지휘봉을 잡은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미래사업과 체질 개선에 집중하면서 그룹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정의선 부회장이 과감하게 의장직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운용사들도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의견을 피력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들은 더 이상 보여주기 식이 아닌 기업과 주주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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