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은 경영권 분쟁을 즐기는 모습이다. 특정 주체가 아닌 한진 일가를 제외한 모두가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반도건설과 자회사인 대호개발은 특별 관계자인 한영개발 등과 함께 한진칼 지분을 기존 6.28%에서 8.28%로 늘렸다. 투자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지난달 26일까지 매수한 8.2%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투자목적을 변경하면서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 경영개선에 힘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반도건설은 ’10%룰’ 적용을 받지 않는다. 10% 미만 지분은 경영참여를 선언하더라도 6개월 내 단기차익반환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도건설은 시기에 상관없이 충분한 차익을 낸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건설이 실질적으로 한진칼 경영에 깊게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기반으로 수익구조 다각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향후 반도건설은 한진그룹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진칼 주주총회 당시만 하더라도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한진그룹 일가와 KCGI(강성부 펀드) 대결 구도였다. 이후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분쟁은 종료 수순을 밟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향해 선친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며 압박을 시작하며 또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한진칼 주가는 오버슈팅”이라며 “분쟁이 종료되면 재차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 교체는 차치하더라도 경영 투명성 강화 등 기존과 다른 기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령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해도 주주가치 제고 등 과제는 해결해야 한다. KCGI, 반도건설 등 여타 주주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압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델타항공은 한진그룹 우군으로 분류되지만 대한항공 협업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분쟁에 또 다른 새로운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CGI를 제외한 여타 사모펀드들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주 구성이 더 복잡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한진그룹 일가가 아예 힘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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