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테일러 공장 건설을 99.6% 완료했지만 주요 반도체 장비 발주를 미루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 공장은 2~4나노 공정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370억 달러(약 53조원)를 투자해 테일러에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 시설을 짓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최대 5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파운드리 부문에서만 약 4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더 큰 문제는 대만 TSMC가 애플, 인텔, AMD 등 대형 고객사를 2나노 공정으로 확보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이렇다 할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테일러 공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더라도 초기 가동률은 저조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지난해 주요 빅테크로부터 수주를 확보했는데도 지난해에만 142억800만 대만달러(약 63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지정학적 압력에 의해 추진된 것이며 미국 생산은 대만 대비 50% 이상 높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현재 일부 장비 반입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장비 반입을 미루는 사이 미국이 반도체를 포함한 품목에 대해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걸림돌이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는 향후 북미 수출에서 심각한 비용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수익성 악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테일러 공장 가동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비효율적 투자는 과감히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사실상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는 미국 내 생산을 포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대형 수주를 받은 후 미국 공장을 완공했지만 삼성전자는 수주 확보 없이 공장이 완공 직전인 상황"이라며 "적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동 계획과 생산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